[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건강보험개혁법(ACA·일명 오바마케어) 가입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보험료 이중 충격’에 직면했다. 2026년 보험료가 평균 두 자릿수로 급등한 데 이어, 2027년에도 다시 두 자릿수 인상이 예고되면서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누적 인상률이 3분의 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영리 건강정책 연구기관 카이저패밀리재단(KFF)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6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예비 요율(보험사가 신청한 예상 인상률)을 신고한 77개 보험사의 2027년도 보험료 인상률 중간값은 14%로 집계됐다. 이는 2026년도 최종 인상률 중간값 20%에는 못 미치지만, 2018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신청 인상률이다. 이로써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오바마케어 마켓플레이스 보험료는 누적으로 약 3분의 1가량 오르게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인상 배경으로 의료비 전반의 상승과 팬데믹 시기 도입된 ‘확대 보험료 세액공제(enhanced premium tax credit)’의 종료를 공통적으로 꼽았다. 건강정책 싱크탱크 관계자는 처방약과 병원 진료비를 포함한 의료비 상승률이 2027년 기준 10%에 달해, 최근 수년간의 평균 상승률(8%)을 웃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의 핵심 원인으로 이른바 ‘위험 풀(risk pool)의 질 저하’를 지목한다. 2026년 초 확대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보험료 부담이 급증하자,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의료비 지출이 적은 젊은 가입자들이 대거 시장을 이탈했다. 그 결과 남은 가입자 집단은 만성질환자와 고령자 비중이 높아졌고, 이는 보험사의 손해율 상승으로 이어져 다시 보험료를 밀어 올리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공개한 주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오바마케어 마켓플레이스 전체 가입자 수는 250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가입자의 3분의 1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픈 가입자 위주 재편’이 2026년 보험료를 4%포인트가량 추가로 밀어 올렸고, 2027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타격이 큰 계층은 연방빈곤선(FPL) 400% 이상, 즉 1인 가구 기준 연소득 약 6만4000달러를 넘는 중산층이다. 이들은 확대 보조금 종료로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돼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미 2026년에 보험료가 두 배, 많게는 세 배까지 뛴 이들 계층이 다시 2027년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2021년 미국구조계획법(ARPA)을 통해 한시 도입된 ‘확대 보험료 세액공제’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차원에서 도입된 이 제도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2025년 말까지 연장되며, 중산층까지 지원 대상을 넓히고 보험료 부담 상한(소득의 8.5%)을 적용해 왔다. 이 기간 오바마케어 가입자는 2020년 1140만 명에서 2025년 2400만 명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이 한시 조치가 2025년 12월 31일부로 만료되면서, 2026년부터는 보조금 체계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로 인해 연소득 400%를 넘는 가구는 보조금을 아예 받지 못하는 ‘보조금 절벽(subsidy cliff)’이 부활했고, 저소득층 역시 보험료 상한선이 없어지며 부담이 커졌다. KFF는 보조금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가입자들의 실질 보험료 부담이 평균 114% 급증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실제 2026년 집계에서는 보조금을 받는 가입자의 월평균 순보험료가 2025년 113달러에서 178달러로 58% 상승했다.
연방 차원의 해법이 지연되자 일부 주 정부는 자체 보조금으로 공백을 메우고 나섰다. 콜로라도주는 ‘콜로라도 프리미엄 지원(CPA)’ 프로그램을 신설해 연방빈곤선 100~400% 구간 가구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연방 확대 보조금 종료의 여파로 주 전체 평균 순보험료가 약 101% 오르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별도의 대책이 없는 주에서는 인상 폭이 더욱 가파르다. 보험사별로도 온도차가 커, 국내 4대 대형 보험사인 앰베터(38%), 유나이티드헬스케어(30%), 블루크로스 블루쉴드(28%), 카이저 퍼머넌트(17%) 등이 모두 두 자릿수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건강보험, 2026년 최대 정치 쟁점 될 것”
여론도 심상치 않다. KFF가 1월 중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약 3분의 2는 의회가 확대 보조금을 연장하지 못한 것이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으며, 건강보험료 부담이 식료품비나 공공요금보다 더 큰 가계 부담 요인으로 꼽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의료비 문제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의회예산국(CBO)은 확대 보조금이 복원되지 않을 경우 2026년에만 약 220만 명이 무보험 상태에 놓이고, 2027년에는 370만 명, 이후 매년 평균 380만 명이 보험을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별도의 예산조정법(‘빅 뷰티풀 빌’)에 따른 메디케이드 축소분까지 더해지면 무보험자 증가 규모가 최대 150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건강정책 전문가들은 지금의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난 10여 년간 오바마케어를 통해 이뤄낸 보장 확대 성과의 상당 부분이 되돌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확대 보조금 연장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언제, 어떤 형태로 매듭지어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며, 그 사이 가입자들의 부담은 계속 쌓이고 있다.
한인 중산층 ‘직격탄’…자영업 비중 높은 커뮤니티 특히 취약
보험료 인상의 파장은 한인사회에도 고스란히 미치고 있다. 미주 한국일보 등 현지 매체들은 남가주를 비롯한 한인 커뮤니티에서 자영업자·프리랜서·소규모 사업체 종사자 비중이 유독 높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하고 있다. 내년에도 두 자릿수 인상이 이어질 경우, 한인들이 마주하게 될 불이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 인상분 전액 부담 위험 — 한인사회는 직장 보험이 없는 자영업자·프리랜서·소상공인 비중이 높은데, 이들 상당수는 소득이 연방빈곤선(FPL) 400%를 넘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보험료가 오르면 할인 없이 인상분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계층과 정확히 겹친다.
② 무보험 전락 위험 — 부담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면 아예 보험을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보조금 종료 이후 올해 2월 기준 전국 ACA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60만 명 감소했으며, 자영업 비중이 높은 한인사회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보험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의료비 지출이 발생하면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이어질 수 있다.
③ 가족 단위 보험 유지 곤란 — 가족 전체를 오바마케어로 가입해온 가정들은 보험료가 두 배, 심하면 세 배까지 뛰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가족 보험을 통째로 포기하거나, 일부 구성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무보험으로 두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한인사회가 찾는 대안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몇 가지 대응책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 보험 전문 에이전트(브로커) 상담: 달라스 등 각 지역 한인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연간 등록 기간(11월 1일~1월 15일) 중 반드시 전문가 도움을 받아 여러 플랜을 비교하고, 소득 변화에 따른 보조금 자격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을 권한다.
- 저비용 브론즈 플랜으로 하향 조정: KFF에 따르면 많은 가입자가 보험료는 낮고 자기부담금(디덕터블)은 높은 브론즈 플랜으로 갈아타며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다. 병원 이용이 잦지 않은 건강한 가입자에게는 현실적 선택지로 꼽힌다.
- 의료비 나눔 사역(Health Sharing Ministry): 크로스웨이 기독의료상조회처럼 신앙 공동체를 기반으로 회원들이 의료비를 서로 분담하는 프로그램에 미주 한인 크리스천들의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정식 보험은 아니지만 자영업자·프리랜서층을 중심으로 대안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 주 정부 자체 보조금이 있는 지역 확인: 콜로라도·뉴멕시코 등 일부 주는 연방 보조금 축소분을 자체 예산으로 보완하고 있다. 특히 뉴멕시코는 자체 지원 덕분에 전국에서 유일하게 ACA 가입자가 약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거주지 내 유사 프로그램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소득 조정을 통한 보조금 자격 재확인: 신고소득(MAGI)이 연방빈곤선 400% 경계에 걸쳐 있는 경우, 은퇴계좌 납입 등을 통해 보조금 자격을 다시 확보할 수 있는 사례도 있어 세무·보험 전문가와의 사전 상담이 권장된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오는 15일까지 2027년도 최종 보험료 인상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이후 각 주 보험당국의 심사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의료비 상승과 가입자 이탈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부 조정이 있더라도 내년 역시 두 자릿수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한인 중산층 가계의 부담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