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미국 내 자녀 양육 비용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가계 재정 파탄은 물론 국가적 저출산 위기를 심화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금융정보업체 랜딩트리(LendingTree)가 발표한 최신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82%가 지난 1년 사이 양육비 상승을 체감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4%는 비용이 “급격히 올랐다”고 답해 육아 가정이 직면한 경제적 압박이 한계치에 다다랐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미국 가계의 육아 비용 지출은 가공할 수준이다. 전체 응답자의 55%가 자녀 관련 비용으로 매달 1,000달러 이상을 고정 지출했다. 특히 양육비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부채를 짊어진 부모가 64%에 달해, 양육이 저축이 아닌 ‘빚’에 의존하는 구조로 변질됐다는 분석이다.
자녀 한 명을 성인(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총비용은 약 30만 3,418달러로 추산됐다. 이는 불과 몇 년 사이 27% 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0~5세 영유아 단계의 연평균 양육비는 약 2만 9,325달러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보육비와 의료비, 주거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며 초기 양육 단계에 비용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득 대비 보육비(Childcare) 비중이다. 미 보건복지부는 가계 소득의 7% 이하를 적정 보육비 수준으로 권고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기준을 맞추려면 연 소득이 약 40만 달러에 달해야 한다. 현재 미국 내 자녀 2명을 둔 가구의 평균 소득이 약 14만 5,000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현실과 기준 사이의 격차는 170% 이상 벌어졌다. 실제 미국 가정은 소득의 20% 이상을 보육비로 쏟아붓고 있어 정부 권고치의 3배를 웃돌았다.
이 같은 경제적 부담은 인구 구조 변화로 직결됐다. 조사에 참여한 부모의 44%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적은 수의 자녀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현재 가족 규모는 자녀 2명(41%)과 1명(37%)이 대다수를 차지하며 소규모 가족 구조가 고착화됐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비용 양육 구조가 단순한 물가 문제를 넘어 미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훼손하는 리스크라고 경고했다. 양육비 부담이 중산층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출산율 저하와 노동력 감소,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 확대와 공공 보육 인프라 확충 등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