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지난 24일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28일(현지시간) 1,450명으로 늘어났다고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호르헤 로드리게스(대통령 권한대행 델시 로드리게스와는 다른 인물)가 이날 오후 X(구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부상자는 3,150명으로, 직전 발표된 3,200명에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지진 발생 닷새째를 맞은 이날도 카라카스와 인근 라구아이라주(州)에서는 구조대와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 수색을 이어갔다.
수색 작업이 닷새째에 들어서며 통상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는 ’72시간의 벽’을 넘어섰지만, 이날도 극적인 생존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는 라구아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 11시간에 걸친 집중 구조 작업 끝에 잔해에 86시간 동안 갇혀 있던 60세 여성 벨키스 호세피나 바레토 가르시아를 살아서 구조했다고 밝혔다(엘살바도르·페루 합동 구조대 작업). 구조된 여성은 건강 상태가 위중해 헬기로 카라카스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미국 페어팩스카운티(버지니아주) 소방대도 라구아이라에서 부자(父子)를 구조하는 데 성공해 지친 구조 인력들에게 잠시 안도감을 안겼다. 앞서 토요일(27일)에는 콜롬비아 구조대가 11세 소년을, 에콰도르 키토 소방대와 엘살바도르 합동팀이 60시간 넘게 갇혀 있던 80세 여성(‘Marlene’으로만 알려짐)을 구조한 바 있다.
그러나 많은 가족들은 여전히 무거운 장비 부족과 정부의 더딘 대응에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민은 부모가 라구아이라에서 무너진 건물에 갇혀 실종 상태라며, “72시간이 넘어가면 생존자를 찾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1만 2,721명이 거주지를 잃었으며, 774개 건물이 피해를 입고 이 중 189개가 완전히 붕괴됐다. 다만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이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손상되거나 파괴된 건물 수는 최대 6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정돼, 정부 공식 통계와 큰 차이를 보였다.
라구아이라주의 전력 공급은 60%까지 복구됐으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실종자 신고와 지원 요청을 위한 긴급 전화(0800-RESCATE)를 가동했다.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은 토요일 밤 X를 통해 현재까지 24개국이 521톤의 구호물자와 탐지견 86두, 구조·지원 인력 2,741명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카라카스의 주요 관문인 시몬볼리바르 국제공항은 한쪽 활주로가 복구돼 가동 중이다.
미군의 대응도 확대되고 있다. 미 남부사령부(SOUTHCOM)에 따르면 일요일 미 공군 소속 100명 규모의 긴급대응단(CRE)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공항 복구를 지원했으며, 향후 24시간 내 해병 130명이 추가로 라구아이라 항구에 투입돼 구호물자 반입 통로 역할을 할 항만 재개항 작업을 도울 예정이다(SOUTHCOM 발표). 케빈 자라드 해병대 소장이 이끄는 미군 인력은 이미 라구아이라 항만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강습상륙함 포트로더데일호 소속 해병·수병들도 긴급 구호물자를 하선시켰다.
이번 참사는 수십 년간 경제·정치적 위기를 겪어온 베네수엘라에 또 다른 시험대가 되고 있다. 카티아 라 마르 등 피해 지역에서는 붕괴된 병원 앞에 의료진이 모여 있는 모습이 목격될 만큼 의료 체계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다(CNN 보도). 일부 주민들은 정부군·경찰·소방 인력이 일부 지역에만 집중 배치되고 다른 곳은 방치됐다고 불만을 제기했으며, 구조 작업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민간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진 발생 이후 독립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실종자 신고는 수만 명에 달하지만, 통신 장애로 인한 중복·미확인 신고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보여 정확한 집계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