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법무부(DOJ)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구에서 귀화 시민 3명을 상대로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는 공격적인 시민권 박탈 캠페인의 일환으로, 법무부는 올해 7월까지 전국에서 최소 105건의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명을, 8월에는 1명을 상대로 각각 연방지방법원에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 공영라디오 WFAE(샬롯)의 보도에 따르면, 이 세 건은 지난 17년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에서 제기된 시민권 박탈 소송 건수와 맞먹는 규모다. 다시 말해 올해 단 두 달 사이에, 지난 17년치에 해당하는 소송이 한꺼번에 제기된 셈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구(샬롯·애슈빌 관할)의 러스 퍼거슨 연방검사는 WFAE에 보낸 성명에서 “거짓말, 기만, 또는 위조 신분을 이용해 부정하게 귀화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들은 그 부정행위의 이익을 잃고 시민권을 박탈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들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번 3건, 구체적 소송 사유는 비공개
정작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기된 이번 3건의 소송이 각각 누구를, 어떤 구체적 사유로 겨냥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WFAE 보도에도 피고인의 신원이나 개별 혐의 내용은 담기지 않았으며, 법무부와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구 연방검찰청 역시 이 3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TRAC은 이런 정보 공백이 이례적인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다수의 사법관할구에서 PACER(연방법원 전자기록 시스템)가 민사 이민소송에 대한 온라인 공개 접근을 제한하고 있어, 실제 소장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사건이 많다는 것이다. TRAC이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파악한 166건의 소송 가운데서도, 구체적 소송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62건에 그쳤다.
퍼거슨 검사가 밝힌 것은 “거짓말, 기만, 위조 신분을 이용한 부정 취득”이라는 원론적 기준뿐이며, 이는 이민귀화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상 시민권 박탈 사유인 △불법적 취득 △중요 사실의 은폐 △고의적 허위 진술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표현이다. 다시 말해 이 발언만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의 이번 피고 3명이 정확히 어떤 행위로 기소됐는지 특정할 수 없다.
전국 다른 사건들에 나타난 대표적 소송 사유 유형
노스캐롤라이나 사건 자체의 세부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같은 시기 법무부가 전국 각지에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다른 시민권 박탈 소송들을 살펴보면 어떤 유형의 혐의가 주로 문제가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TRAC 분석과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위조 신원 사용: 강제 추방 명령을 받은 뒤 다른 이름으로 재입국·귀화 신청을 한 사례(매사추세츠주 사건 등). 역사적으로나 최근 통계에서나 신원(정체성) 사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 혼인 사기: 사망하거나 실존하지 않는 배우자 관계를 내세워 영주권과 시민권을 취득한 사례(텍사스주 사건 등).
- 귀화 이전 중대 범죄 은폐: 살인미수, 아동 성범죄, 마약 유통, 의료보험·금융 사기 등 심각한 범죄 전력을 숨기고 귀화 신청서나 인터뷰에서 이를 밝히지 않은 사례.
- 귀화 신청서·선서 진술상 허위 진술: 과거 체포·기소 이력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거짓 답변한 사례.
법무부는 지난 8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런 유형의 사건들을 근거로, 2025년 1월 20일 이후 전국에서 총 123건의 민사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 목록에 노스캐롤라이나 서부지구의 3건이 포함돼 있는지, 포함돼 있다면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급증하는 시민권 박탈 소송
노스캐롤라이나의 사례는 고립된 현상이 아니다. 시러큐스 대학교 산하 이민 데이터 연구기관 TRAC(Transactional Records Access Clearinghous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7월까지 전국에서 최소 105건의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
TRAC이 지난 6월 발표한 초기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6월 12일까지 18년 가까이 연방법원에 제기된 시민권 박탈 소송은 총 166건에 불과했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10건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한 달에만 15건, 6월 상반기에만 18건의 소송이 새로 제기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2025년 한 해 동안 제기된 소송이 8건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이 같은 급증의 배경에는 지난해(2025년) 6월 법무부가 시민권 박탈을 민사 이민법 집행의 우선순위로 지정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한 것이 있다고 TRAC은 분석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올해 10월까지 최소 250건의 소송을 제기한다는 목표 아래, 다른 부서의 민사소송 담당 변호사들까지 시민권 박탈 사건 처리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RAC은 소송의 주된 근거로 △위조 신분 사용 △이민 사기 △귀화 이전 중대 범죄 행위 은폐 △귀화 신청서상 허위 진술 등을 꼽았으며, 이 중에서도 신원(정체성) 사기가 역사적으로나 최근에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시민권 박탈 집중 단속은 2010년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시작된 ‘오퍼레이션 야누스(Operation Janus)’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의회는 귀화 당시 지문 기록이 디지털화되지 않아 신원 확인이 어려웠던 사건들을 재검토하기 위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주도 사업에 5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미국 시민권이민서비스국(USCIS)도 로스앤젤레스 사무소에 전담팀을 꾸려 이를 지원한 바 있다.
계류 중인 사건들…법적 절차는 진행형
시민권 박탈은 형사 절차가 아닌 민사소송으로 진행되며, 정부가 법원에서 해당 인물이 사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시민권을 취득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당사자는 법정에서 이에 반박하고 증거를 제시할 권리를 가지며, 단순한 의혹이나 행정적 결정만으로는 시민권이 박탈되지 않는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제기된 3건의 소송은 아직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번 단속이 이민자 사회, 특히 샬롯을 포함한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사회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