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정부가 이민자들의 시민권 취득 비용을 대폭 인상하고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 지원 제도를 대거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연방 관보를 통해 공개한 연방 규정 제정 제안 공고(NPRM)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Form N-400) 및 귀화 거부 이의신청(Form N-336) 수수료가 현재보다 최대 80% 이상 인상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의 운영비를 신청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수혜자 부담 전액 비용’ 모델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합법적 영주권자가 시민권을 신청할 때 내야 하는 N-400 수수료는 지면 접수 기준 기존 760달러에서 1,330달러로 75% 인상된다. 온라인 접수 역시 기존 710달러에서 1,280달러로 80% 급등한다. 귀화 거부 판정에 불복해 청문회를 신청하는 N-336 양식의 수수료도 지면 접수 기준 1,475달러(78% 인상), 온라인 접수 기준 1,425달러(83% 인상)로 각각 책정됐다.
국토안보부는 행정명령에 따른 신원조회 및 심사· vetting 과정의 강화, 인프라 확충 등으로 인해 자원 소모가 커졌으며, 현재의 수수료 체계로는 귀화 행정 처리에 드는 실질적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역 및 전직 미 군인을 제외한 모든 신청자는 인상된 요율을 적용받게 된다.
가장 큰 파장을 부르는 대목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수수료 면제 및 감면 제도의 전면 폐지다. 현재 미국 정부는 저소득층이나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영주권자에게 수수료를 면제해 주거나, 연방 빈곤 지침의 400% 이하 소득자에게 380달러로 감면된 수수료를 적용해 왔다.
국토안보부는 낮은 수수료나 면제 혜택이 자격이 없는 이민자들의 무분별한 신청을 부추겨 행정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무료 제도를 없앰으로써 시스템 악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민자 권익 단체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경제적 약자의 미국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재정적 장벽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 국토안보부 관료이자 Globali.ai의 공동 창립자인 아담 클라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귀화는 경제적 이동성과 시민 참여를 높이기 때문에 공공 정책적으로 장려되어 왔다”라며 “수수료를 대폭 올리고 면제 제도를 없애는 것은 시민권을 자산이 부족한 이들이 접근할 수 없는 혜택으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비용 인상이 이민자들에게 실질적인 부담이 되어 신청이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시민권 취득이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요는 크게 줄어들지 않는 ‘비탄력적’ 성격을 띨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개정안은 아직 최종 확정된 법안이 아니다. 국토안보부는 향후 60일 동안 대중의 의견과 반대 여론을 수렴한 뒤, 이를 바탕으로 검토 및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 규칙을 발행할 예정이다. 정부의 예산 절감 및 심사 강화 기조와 이민자 사회의 통합 장려 정책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향후 의견 수렴 기간 동안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