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미국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역이민’이 최근 10년 사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정착한 미주 한인 중 상당수가 예상치 못한 생활의 벽에 부딪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재이민’ 사례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미주 한인(시민권자)은 2024년 기준 4만7,406명으로, 2010년 3만5,501명 대비 약 1.3배 늘었다. 연방사회보장국(SSA) 자료를 보면 한국에서 미국 소셜시큐리티 연금을 수령하는 한인은 2013년 3,709명에서 2023년 9,379명으로 10년간 2.5배 증가했다. 2006년(732명)과 비교하면 1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해외 한인의 한국 국적 회복 사례 중 미주 한인이 4,203건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1만1,000명이 한국을 떠나는 가운데 약 4,200명의 미주 한인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으로의 영주귀국은 2005년 이후 매년 약 10%씩 꾸준히 늘었으며, 한 해 영주귀국자 가운데 사유별로는 노령(875명), 취업(732명), 국외 생활 부적응(379명) 순으로 많았다. 다만 전체 재외동포 인구는 2024년 말 700만6,703명으로 2년 전보다 1.06% 줄어, 미국 거주 한인의 역이민 증가가 전체 해외 한인 감소세와는 다른 흐름임을 보여준다.
역이민을 택하는 이유는 세대별로 갈린다. 1세대 은퇴자들은 미국의 높은 물가와 외로움, 자동차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생활, 비싸고 복잡한 의료 시스템에 지쳐 한국행을 선택한다. 미국에서 의사를 만나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반면, 한국은 의료보험이 저렴하고 진료가 빠르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반면 1.5세·2세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계로서 느낀 소외감과 인종차별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고자 한국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한인 2세대의 26%가 한국으로의 역이민을 고려한다고 답했으며, 이들 중 67%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아시안 전체 평균(53%)보다 높았다.
그러나 한국 생활이 기대만큼 순탄하지는 않다. 역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불편은 주민등록번호 부재로 인한 행정·금융상의 불편이다. 65세 미만은 재외동포(F-4) 비자와 거소증만으로 체류해야 해 신용카드 발급, 은행 업무, 부동산 거래마다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65세 이상은 국적회복을 신청하면 미국 시민권을 유지한 채 주민등록번호를 되찾을 수 있지만, 심사에 통상 7~8개월이 걸려 그 기간에는 65세 미만과 똑같은 불편을 겪는다. 즉 나이 자체보다는 국적회복 완료 여부가 행정·금융 불편을 가르는 실질적 기준인 셈이다.
회사 조직문화 충격도 크다. 미국식 수평적 조직에 익숙한 역이민자들은 한국의 위계적이고 군대식인 직장 분위기, 학연·혈연·지연으로 얽힌 인맥의 벽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일부는 직장에서 영어를 섞어 쓰면 “아니꼽게” 쳐다보는 시선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한인 2세의 경우 “충분히 한국적이지 않다”는 이중 잣대와 함께, 재외국민 특례 입학 등 혜택만 누리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에 부딪히기도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실제로 역이민 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노스캐롤라이나 출신 혼혈 한인 케빈 램버트는 정체성을 찾아 한국에서 11년을 살았지만 결국 적응에 실패해 2020년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겠다는 심정으로 한국에 갔지만, 정작 한국에서도 완전히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샌디에이고대학 스티븐 서 교수는 “정체성과 소속감을 찾기 위해 한국행을 결정하는 코리안-아메리칸들이 늘고 있지만, 한국에 가더라도 ‘고향’과 같은 느낌이 들지 못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군대식 조직문화와 인맥의 벽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고 미국행을 택한 사례, 한국 노부모를 모시러 미국에 왔다가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디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 고령자의 사례도 보고된다. 다만 이런 재이민(역-역이민) 규모를 별도로 집계한 공식 통계는 확인되지 않으며, 한국일보·중앙일보 등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개별 사례 중심으로만 파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역이민을 결심하기 전 국적·건강보험 문제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시민권 취득 시 한국 국적은 자동 상실되며, 국적상실신고를 마쳐야 재외동포(F-4) 비자 신청이 가능하다. 건강보험은 2025년 7월 이후 본인이 직접 지역가입자로 신청하면 입국 당일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적포기세(Exit Tax) 등 세무 리스크는 별도로 꼼꼼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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