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여름 성수기를 맞이한 미국 주택시장에서 판매자들이 눈높이를 낮추기 시작하면서 구매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기조 속에서 집값을 과도하게 높여 부르던 판매자들이 시장의 침체 현실을 받아들이고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하자 매매 거래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리얼터닷컴(Realtor.com)이 발표한 6월 월간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주택들의 중간 매도 희망가격(median asking price)은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한 43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8개월 연속 하락세이자 리얼터닷컴이 관련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가장 가파른 낙폭이다.
가격 하락은 구매자들의 금융 부담 완화로 직결됐다. 지난달 43만 달러짜리 주택을 20%의 다운페이먼트와 평균 6.49%의 모기지 금리로 구입한 매수자의 월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2,172달러로 조사됐다. 이는 중간 가격이 44만 950달러, 모기지 금리가 6.82%에 달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월 132달러(연간 1,500달러 이상) 저렴해진 수준이다.
가격 부담이 다소 줄어들자 시장의 반응도 즉각 나타났다. 매물이 시장에 나와 매매될 때까지 걸리는 평균 체류 기간은 53일로, 2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늘어나지 않고 보합세를 유지했다. 펜딩 주택 판매(매매 계약 대기) 역시 전년 대비 3.7% 증가하며 7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뒤늦게 가격을 깎는 비율인 가격 인하 매물 비중은 18.8%로 오히려 1.9%포인트 줄었다. 처음부터 시장 눈높이에 맞춘 ‘착한 가격’의 매물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지표가 주택시장의 정상화 신호라고 해석했다. 대니얼 헤일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판매자들이 시장 상황을 정확히 읽고 초기 가격을 책정하고 있으며, 구매자들 또한 이에 반응해 입찰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주택시장이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하고 있다는 반가운 징후”라고 분석했다.
6월 한 달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3.5%~3.75% 범위에서 동결하며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한 점도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했다. 이란 전쟁 여파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요동치던 모기지 금리가 6.5% 안팎에서 횡보하자, 대기 중이던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예측 가능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시장 성격상 집을 팔고 떠나는 중도 철회 매물(delistings)의 비중도 작년 급증기 이후 최저 수준인 5%대로 내려앉았다.
지역별로는 서부 지역 주택들의 중간 매도 희망가격이 4%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남부(-2.5%)와 동북부(-1%)가 그 뒤를 이었다. 그린스보로를 포함한 남부 지역 역시 완만한 가격 조정을 거치며 안정세를 유지했다. 도시별로는 텍사스주 오스틴의 스퀘어피트당 주택 중간 매도 희망가격이 8.2% 급락해 가장 많이 떨어진 반면,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는 8.7% 급등해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주택 거래가 둔화하는 7월 성수기 진입 이후에도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이크 크림멜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매물 체류 기간과 신규 등록 건수 등 선행 지표들이 견조하게 버티고 있어, 지난해 여름처럼 시장이 급격히 침체되는 현상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