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전역에서 원인 불명의 장 기생충 감염이 확산하면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비상 추적조사에 나섰다. 특히 이번 발병 지역에 한인 인구가 밀집한 조지아(애틀랜타 인근)와 노스캐롤라이나(샬롯·랄리 인근)가 모두 포함돼 있어, 지역 한인 사회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CDC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6월 16일 사이 ‘사이클로스포라증(Cyclosporiasis)’이라는 기생충 감염 사례가 17개 주에서 총 145건 보고됐다. 감염 지역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알래스카, 콜로라도, 코네티컷, 플로리다, 일리노이, 루이지애나, 매사추세츠, 뉴저지, 뉴욕,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테네시, 텍사스, 버지니아, 위스콘신 등이다. 뉴욕이 31~80명으로 가장 많고, 일리노이가 11~30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나머지 주는 각 1~10명 수준이다.
환자 연령은 5세부터 86세까지 다양하며 중간값은 42세, 여성이 약 61~62%로 더 많았다. 이 중 20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고 사망자는 없다. 문제는 감염 원인이 되는 구체적 식품이나 유통업체가 6월 말 현재까지도 특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자들 대부분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 미국 내에서 유통된 식품이 감염원으로 추정되지만,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사이클로스포라 기생충은 사람 간에 직접 전염되지 않고, 오염된 신선 농산물이나 물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 과거 미국 내 집단 발병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씻지 않고 날것으로 먹는 잎채소·허브류와 관련이 깊었다 — 고수(실란트로), 바질, 봉지 샐러드, 루꼴라, 시금치, 완두순 등이다.
이는 한인 식탁과 무관하지 않은 대목이다. 상추·깻잎·미나리 등 쌈채소를 씻지 않거나 대충 헹궈 그대로 먹는 식문화, 고수를 얹은 쌀국수·월남쌈, 각종 샐러드용 잎채소를 활용한 반찬 등은 모두 신선 농산물을 세척 없이 또는 불충분하게 세척한 상태로 섭취할 위험이 있는 음식들이다. 특히 여름철 초복·중복을 앞두고 삼계탕에 곁들이는 겉절이, 쌈밥집 채소, 여름 냉국 고명 등 신선 채소·허브 소비가 느는 시기와 이번 발병 시즌이 겹친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예방을 위한 구체적 실천 수칙
CDC와 각 주 보건당국이 권고하는 예방 수칙을 한인 가정 식생활에 맞춰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잎채소·허브류는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기: 상추, 깻잎, 미나리, 고수, 바질 등 날것으로 먹는 채소는 겹겹이 펼쳐 흐르는 물로 잎 사이사이까지 씻어낸다. 다만 사이클로스포라 포자는 일반적인 세척이나 염소 소독으로 100% 제거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 완전히 안전을 보장하려면 신선도와 원산지가 불확실한 채소는 가열 조리해 먹는 것이 더 안전하다.
- 출처가 불분명한 농산물 구매 자제: 한인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채소를 구매할 때 원산지·유통기한 표시를 확인하고, 눅눅하거나 물러진 잎채소는 피한다.
- 조리 도구·손 위생 철저히: 채소를 씻거나 손질하기 전후로 손을 비누로 20초 이상 씻고, 채소용 도마와 칼을 육류용과 분리해 사용한다.
- 면역저하자·임산부·고령자·영유아는 특히 주의: 이들은 감염 시 증상이 더 심하고 길어질 수 있어, 원산지가 불확실한 날채소 섭취를 자제하고 가급적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 최신 리콜 정보 확인: FDA·CDC 리콜 공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면 섭취를 중단하고 폐기한다.
이미 감염됐다면? 증상과 대처법
주요 증상: 잦고 심한 수양성(물설사) 설사가 가장 특징적이며, 복부 경련, 가스, 팽만감, 메스꺼움,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이 동반될 수 있다. 미열이나 구토가 나타나기도 한다. 감염 후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보통 1주일(2~14일) 정도 걸리며,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며칠에서 한 달 이상 지속되거나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재발)할 수 있다.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 설사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탈수 증상(입마름, 소변량 감소, 어지러움)이 나타나거나, 고령자·영유아·임산부·면역저하자인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진단 시 반드시 알아둘 점: 사이클로스포라는 일반적인 대변 검사에서는 잘 검출되지 않는다. 병원에 갈 때는 최근 섭취한 음식(특히 씻지 않은 채소·허브류)과 해외여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사이클로스포라 특이 검사”를 별도로 요청해야 한다. 하루치 검사로는 놓칠 수 있어 며칠에 걸쳐 여러 번 대변 검체를 제출해야 할 수도 있다.
치료: 건강한 성인 대부분은 치료 없이도 자연 회복되지만 증상이 길어질 수 있다. CDC가 권장하는 표준 치료제는 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TMP-SMX, 상품명 박트림·셉트라 등) 항생제로, 통상 7~10일간 복용한다. 설파제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대체 약제를 고려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이 약은 임신부에게는 득실을 따져 신중히 처방되며, 생후 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 스스로 판단해 복용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 처방을 따라야 한다.
자가관리: 탈수 예방을 위해 물이나 전해질 음료로 충분한 수분을 보충한다. 지사제는 임의로 복용하지 말고 의료진과 상의 후 사용한다. 증상이 있는 동안에는 음식 조리나 어린이집·요양시설 근무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보험·언어 장벽 대비: 응급실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지역 커뮤니티 클리닉이나 한인 의료진이 있는 1차 진료소를 먼저 찾는 것도 방법이다. 많은 지역 보건소는 소득 수준에 따라 무료 또는 저비용 진료를 제공하므로, 비용 문제로 진료를 미루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전국에 흩어져 있다는 점에서, 전국 단위로 유통되는 농산물이나 허브류가 오염원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망 사례가 없고 대부분 치료 가능한 질환인 만큼 과도한 불안은 금물이지만, 원인 식품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여름철 성수기에 접어든 만큼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를 포함한 발병 지역 거주 한인들은 채소 세척과 위생 수칙을 평소보다 한층 더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CDC와 FDA는 앞으로 원인 식품이나 공급업체가 확인되는 대로 리콜 및 공중보건 권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관련 소식은 CDC 사이클로스포라증 페이지(cdc.gov/cyclosporiasis)와 FDA 발병 조사 페이지에서 계속 업데이트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