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 금·은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인선 발표와 동시에 무참히 무너졌다. 시장이 기대했던 극단적인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가 아닌, 상대적으로 매파적 성향을 지닌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지명되자 ‘안전 자산 랠리’에 올라탔던 투자자들이 일제히 탈출하며 시장은 공포에 휩싸였다.
30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장 대비 9.5% 급락한 온스당 $4,883.62에 거래를 마쳤다. 불과 하루 전 사상 처음으로 $5,500 선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던 금값은 단 하루 만에 $5,000 선 아래로 밀려났다.
은 시장의 충격은 더욱 처참했다. 은 현물 가격은 이날 27.7% 급락하며 온스당 $83.99까지 추락했다. 장중 한때 낙폭이 35%를 넘어서며 $70 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이는 은 선물 시장 역사상 1980년 ‘헌트 형제 사건’ 이후 최대 일일 하락 폭으로 기록됐다. 백금(-19%)과 팔라듐(-15%) 등 주요 귀금속 자산도 동반 폭락했다.
금융 시장은 이번 폭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케빈 워시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을 꼽는다. 당초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의 독립성을 약화시키고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예스맨’을 지명할 것으로 기대하며 금·은에 베팅해 왔다.
그러나 워시는 과거 연준 이사 시절부터 인플레이션 통제와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다. 그의 등판은 곧 ‘무분별한 금리 인하 시대의 종언’으로 해석됐고, 이에 따라 달러 인덱스가 97 선을 돌파하며 반등하자 금과 은의 매력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과열된 시장의 강제 정화’로 보고 있다.
수익 실현 매물: 연초 이후 은값이 60% 가까이 폭등하는 등 과매수 상태였던 시장에서 차익 실현 욕구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레버리지 청산: 대규모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하며 투매가 투매를 부르는 연쇄 반응이 일어났다.
다만,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투자은행은 “연준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각국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남아 있어 구조적 약세장으로의 진입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김선엽 기자>
자료 및 도표 출처: goldprice.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