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선엽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합법 이민자들의 취업 기회를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민사회와 기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국토안보부(DHS)는 5일 공개한 규정안을 통해 인도적 가석방(Humanitarian Parole) 수혜자, 일부 유예조치(Deferred Action) 대상자, 그리고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감독 하에 미국에 체류 중인 이민자들의 취업허가(EAD) 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변경이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합법 이민 축소’ 정책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행정부는 올해 들어 망명 신청자 취업허가 제한, TPS 종료 확대, 가석방 프로그램 축소 등 다양한 조치를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취업허가를 ‘권리’가 아닌 ‘재량적 혜택’으로 재정의하려는 데 있다. DHS는 앞으로 신청자가 단순히 체류 자격만으로는 취업허가를 받을 수 없으며, 경제적 필요성과 공익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범죄기록이나 갱단 연관성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취업허가를 거부할 방침이다.
특히 최종 추방명령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에 체류 중인 이민자들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DHS는 현재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취업허가를 사실상 폐지하고, 어느 나라도 받아주지 않아 추방 자체가 불가능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이러한 예외 대상자는 연간 약 322명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적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HS는 이번 규정으로 향후 10년간 직접적인 경제적 비용이 최소 91억 달러에서 최대 279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노동력 감소에 따른 생산성 하락, 세수 감소, 기업의 신규 채용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정부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에게 더 많은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전국이민포럼(National Immigration Forum)의 제니 머레이 대표는 “합법적으로 일하고 있는 수만 명의 근로자들의 취업허가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 경제와 지역사회에 새로운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노동력 부족을 악화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규정안은 6월 5일부터 60일간의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되며, 이후 DHS가 최종 규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민단체들과 시민권 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돼 시행 과정에서 법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