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개신교 목회자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을 설교 작성에 활용하는 비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앙·문화 조사기관 바나그룹(Barna Group)이 신앙기술 플랫폼 글루(Gloo)와 함께 진행한 ‘2026 교회 현황(State of the Church)’ 조사에 따르면, 미국 목회자의 24%가 현재 실제로 AI를 활용해 설교문을 작성하거나 편집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초 “AI로 설교를 쓰는 것이 편하다”고 답한 목회자가 12%였던 것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 목회자 중 AI를 전혀 쓰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목회자들은 아이디어 구상이나 브레인스토밍(50%), 그래픽 디자인 등 시각자료 제작(37%), 성경·신학 관련 자료 조사(36%), 소그룹 나눔 질문 작성(34%), 일정관리·이메일 등 행정업무(34%) 순으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바나그룹의 대니얼 코플랜드 부사장은 “목회자들은 주로 눈에 띄지 않는 뒷단의 업무, 즉 사고를 정리해주는 파트너나 시각자료 제작 도구로 AI를 쓰고 있다”며 “성도들을 실제로 만나는 사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역을 준비하는 데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목회자들의 우려도 상당하다. 같은 조사에서 목회자의 79%는 “AI가 하나님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고, 63%는 “AI가 목회자·영적 지도자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답했다. 설교 작성처럼 신앙적·관계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태도가 뚜렷하다는 것이 바나그룹의 분석이다.
한국 목회자도 58%가 설교에 AI 활용…2년 만에 3배 급증
한국 상황은 더 가파르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 목사)가 희망친구 기아대책과 공동으로 지난해 5월 담임목사 500명, 성도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목회나 설교를 위해 AI를 활용하는 담임목사의 비율은 2023년 17%에서 2025년 58%로 2년 새 3배 이상 급증했다. 목회자의 생성형 AI 사용 경험률 자체도 같은 기간 41%에서 80%까지 올라갔다.
구체적인 활용 분야로는 ‘설교 또는 강의 준비를 위한 자료 획득’이 81%로 가장 높았고, 실제 ‘설교문 작성’에 AI를 쓴다는 응답도 22%에 달했다. 성경 공부 준비(29%), 교회 행사 기획(20%) 등으로도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흥미로운 점은 목회자와 성도 사이의 온도 차다. ‘설교 예화나 자료 수집’에 AI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93%가 적절하다고 답했지만, AI가 설교문을 직접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회자의 44%만 적절하다고 봤고, 성도들은 65%가 부적절하다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목회자의 44%는 “향후 설교 준비에 AI가 필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느린 묵상이나 성경 필사 같은 영성 훈련을 병행해 “기술 오남용에 따른 영적 사고력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I는 결코 신앙을 나눌 수 없다”…교황의 경고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 아닌 교황이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2월 로마 교구 사제단과의 정례 대화에서 “인공지능으로 강론(설교)을 준비하려는 유혹을 물리치라”고 당부했다. 그는 몸의 근육을 쓰지 않으면 퇴화하듯 지성도 훈련하지 않으면 능력을 잃는다며, 강론이란 단순히 말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니라 신앙을 나누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강론은 신앙을 나누는 것인데, AI는 결코 신앙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교황이 밝힌 핵심 이유였다. 이 발언은 성직자들이 서로 교류하고 공부하며 끊임없이 재교육받아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AI 시대 성직자의 본질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되짚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즉위 후 첫 회칙 ‘마니피카 후마니타스(위대한 인간성)’를 직접 발표하며 AI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도 했다. 82쪽 분량의 이 회칙에서 교황은 AI 기술의 독점, 디지털 노동 착취, 자율 무기체계의 위험성을 짚으며 “AI는 무장해제돼야 하며, 인간을 지배·배제·죽음의 도구로 만드는 논리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AI 기술 자체를 거부하자는 뜻이 아니라, 소수 권력자나 기업이 AI를 독점해 인간을 통제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AI를 성경 속 바벨탑에 비유하며 “또 하나의 바벨탑 건설을 포기하고 공동선을 구축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요청했다.
교단들도 잇따라 가이드라인 마련
우려가 커지자 각국 교단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남침례교(SBC) 산하 윤리종교자유위원회(ERLC)는 일찌감치 2019년 ‘인공지능에 관한 복음주의 원칙 선언’을 발표해, AI는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 없는 도구일 뿐이며 예배·설교·성례전 등 인간 목회자 고유의 영역을 AI에 넘길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바 있다.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이 2024년 9월 총회에서 ‘인공지능 시대, 목회자 윤리 선언’을 제정했다. 이 선언은 △목회자는 AI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하고 △설교문은 성령의 감동으로 되는 것이지 AI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며 △AI가 제공하는 지식·정보의 진위를 확인해야 하고 △목회자는 하나님이 설계하신 설교자라는 네 가지 원칙을 담았다. 그럼에도 한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64%가 이미 AI로 설교를 준비하고 있는 반면 73%는 이를 규율할 자체 원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현장의 실제 활용 속도가 교단 차원의 규범 마련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합해보면 미국과 한국 교회 모두에서 목회자의 AI 활용은 이미 다수 관행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활용은 대체로 자료조사·아이디어 정리·행정업무 등 ‘보조적 역할’에 집중돼 있고, 설교문을 AI가 직접 작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목회자와 성도 모두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공통점이 확인된다. 교황의 경고 역시 AI 활용 자체를 전면 금지하자는 취지라기보다, 설교의 본질인 ‘신앙을 나누는 인격적 행위’가 기술로 대체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AI가 설교 준비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목회자가 심방이나 상담 등 대면 사역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설교자의 영적 훈련과 사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팽히 맞서는 만큼, 각 교단과 개별 교회 차원의 명확한 사용 원칙 마련이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