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조지아주 둘루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던 지난 29일 저녁 6시, 둘루스 시청 앞 페스티벌 센터 야외무대에 스피커가 켜지자 다운타운의 공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평소라면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온 가족들, 물놀이하는 아이들, 산책 나온 연인들로 채워졌을 이 거리가 이날만큼은 K-POP 비트에 맞춰 들썩였다.
‘2026 K-POP 콘테스트’의 무대였다.
15개 팀, 두 시간의 경연
온라인 예선을 뚫고 본선에 오른 팀은 15개. 커버댄스 팀부터 홀로 무대를 채운 솔로 댄서, 마이크 하나로 승부를 본 보컬리스트까지, 두 시간 동안 장르도 형식도 제각각인 무대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눈에 띈 장면 하나는 최신 히트곡 대신 한국의 오래된 가요를 택한 참가자였다. 요즘 아이돌 곡들 사이에서 이 무대는 유독 다른 결을 냈다는 후문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나이였다. 이번 대회 최연소 참가자인 11살 어린이가 14살 참가자와 한 팀으로 무대에 섰는데, 앳된 얼굴로도 흔들림 없이 안무를 소화해 객석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흥미로운 건 무대 위 구성이었다. 대회를 준비하며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 관계자가 예고했던 대로, 참가자 대부분은 한인이 아니었다. 한인은 오히려 소수였고, 그마저도 다국적 팀 안에 섞여 있는 정도였다. K-POP이 이제 특정 커뮤니티의 취향을 넘어섰다는 걸 무대 구성 자체가 보여준 셈이다.
상금보다 눈길을 끈 건 객석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대상의 주인공은 브루클린 클레멘츠(Brooklyn Clements)였다. 상금 1,000달러가 걸린 트로피를 받아든 순간의 표정은 그야말로 함박웃음이었다. 은상은 케이트 러더퍼드(Kate Rutherford), 사브리나 응우옌(Sabrina Nguyen) , 글리치(Glitch) 세 팀에게, 동상은 티파니 배, 멀세이드(Mersade), 매켄지 크림(Mackenzie Crim), 타이라 맥클렌던(Tyra McClendon), 탈리아 무어(Thalia Moore) 등 다섯 팀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 풍경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순위표보다 객석이 먼저 떠오를지 모른다. 무대 앞쪽을 차지한 건 다름 아닌 어린이들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가 흘러나올 때마다 아이들은 안무를 다 외운 듯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참가자와 관객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들이었다.
물놀이하다 K-POP 보러 온 가족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데는 장소 선택도 한몫했다. 둘루스 페스티벌 센터 바로 옆에는 여름이면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는 워터 파운틴이 있다.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무대 쪽으로 걸어와 구경하는 아이들, 그 옆에서 나란히 리듬을 타는 부모들. 공연과 나들이가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 저녁이었다.
축제 분위기가 무르익는 사이, 조용한 감사의 순간도 있었다. 코리안페스티벌재단은 다음 달 열리는 애틀랜타 코리안페스티벌이 귀넷플레이스몰에서 열릴 수 있도록 힘을 보탠 말린 토마스 둘루스 시의원과 그렉 윗록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진짜 무대는 다음 달
사실 이날 경연은 예열이었다. 오는 9월 19일과 20일 귀넷플레이스몰에서 열릴 ‘2026 애틀랜타 코리안페스티벌’의 서막 격 행사였던 것. 이날 좋은 성적을 낸 참가자들에게는 축제 본무대에 오를 기회가 주어진다. 참고로 이번 콘테스트에는 틱톡 팔로워 약 290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 갈랜드조시(GalandJosh)가 특별 후원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최근 코리안 페스티벌 재단에 1만 달러를 기부하고 공식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순위를 가리는 대회였지만, 정작 이날 둘루스 다운타운에 남은 건 승부보다 다른 무언가였다. 한국어 가사도, 낯선 안무도 개의치 않고 함께 몸을 흔들던 사람들. 세대도, 인종도, 배경도 서로 다른 이들이 같은 음악 앞에 모여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 저녁의 진짜 하이라이트였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