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애리조나주 그랜드캐년 국립공원에서 기습 폭우로 돌발 홍수가 발생해 15명이 실종되고 수십 명이 긴급 대피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미 국립공원관리청(NPS)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쯤 그랜드캐년 내 브라이트 엔젤 캐년과 팬텀 랜치, 노스 카이밥 트레일 일대에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 지역은 한인·한국인 여행객들도 즐겨 찾는 인기 하이킹·캠핑 코스다. 가파른 암석 지대에 약 30분간 0.5~1인치의 비가 집중되면서 빗물이 순식간에 계곡 아래로 몰렸고, 이로 인해 대규모 돌발 홍수가 계곡을 덮쳤다.
62명 헬기 대피…15명 소재 불명
공원 당국은 애리조나주 공공안전국(DPS)과 협력해 30일 오전까지 헬리콥터를 동원, 고립됐던 야영객 등 62명을 팬텀 랜치와 노스 카이밥 트레일 하단 지역에서 긴급 대피시켰다. 그러나 브라이트 엔젤 크릭 인근에서 하이킹이나 캠핑을 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인원 중 15명은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거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부 외신은 이 수치를 20여 명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NPS는 성명을 통해 지난 29일 브라이트 엔젤 캐년과 팬텀 랜치 지역에서 발생한 대형 돌발 홍수와 관련해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인원에 대한 제보를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스 카이밥 트레일 입구부터 팬텀 랜치까지 구간을 이동했거나, 브라이트 엔젤 캠프그라운드에 머물렀거나, 팬텀 랜치 북쪽 ‘더 박스(the Box)’로 불리는 협곡 구간에 있었던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사망자나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리 대부분 유실…시설 피해 심각
이번 홍수로 브라이트 엔젤 크릭을 가로지르던 보행자용 다리 대부분이 파괴되면서 하이커들의 계곡 횡단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대형 바위와 금속 구조물, 각종 잔해가 협곡 아래 콜로라도강으로 쏟아져 들어갔고, 강물이 흙탕물로 뒤덮이면서 강 지형까지 일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콜로라도강 일대 선박 통행도 전면 중단됐다.
팬텀 랜치의 식당과 숙소, 브라이트 엔젤 캠프그라운드, 노스 카이밥 트레일, 블랙·실버 다리 등은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된 상태다. 현지 언론은 최근 발생한 ‘드래곤 브라보’ 산불 피해 지역과 이번 폭우가 맞물리면서 배수 구역 침식과 토사 유입 피해가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당시 캠프그라운드에 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갑자기 물이 불어나면서 방갈로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봤으며, 인근 하이커 약 50명과 함께 헬기로 구조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개울이 범람하며 곳곳에서 폭포가 생기고 사방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추가 폭우 경고…31일까지 위험 지속
NPS는 31일 새벽까지 해당 지역에 추가 뇌우와 폭우가 예보돼 있다며 돌발 홍수와 토석류, 낙석 등 추가 피해 가능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국립기상청(NWS) 플래그스태프 사무소 관계자는 강수량 대부분이 순식간에 유출되면서 좁고 경사가 급한 협곡 지형 특성상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LA 총영사관 “한인 피해 없는 것으로 파악”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재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실종자에 대한 신원 확인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총영사관은 현지 당국과 협조해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랜드캐년을 찾는 한인 여행객이 많은 만큼, 교민사회에서도 이번 사고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이번 그랜드캐년 홍수는 최근 네팔·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대홍수(사망 800명, 실종 3000여 명 추정)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돌발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NPS는 8월 29일 브라이트 엔젤 캐년 일대에서 하이킹이나 캠핑을 했던 사람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경우, 국립공원관리청 수사국 팁라인(888-653-0009)으로 제보해 줄 것을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