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김선엽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 외국인 유학생 입국 금지 조치를 다시 내놓을 가능성을 법정에서 직접 시사했다.
10월 6일 보스턴 연방 항소법원 심리에서 법무부 변호사는 법원의 금지 명령이 풀리면 트럼프 대통령이 유사한 포고령을 다시 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당장 발효된 새 금지 조치는 없다. 하버드의 외국인 유학생 약 6천800명(전체 학생의 27%)의 거취가 다시 항소법원 판결에 걸리게 됐다.
심리는 보스턴의 제1순회 연방 항소법원에서 열렸다. 구스타보 겔피, 오제타 로저리 톰프슨, 조슈아 던롭 판사가 심리했다. 법무부의 타이베리어스 데이비스 변호사는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백악관 인사들로부터 재발령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다시 내놓지 않은 이유가 판사의 명령 때문에 집행 자체가 불가능해서라고 설명하며, 최소한 그 명령을 무효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버드 측 폴 클레멘트 변호사는 명령이 유지되지 않으면 “일주일 안에” 새 포고령이 나와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양측은 2025년 6월 포고령이 그해 12월 자체 만료됐는데도 이 분쟁이 “아직 살아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판사들은 9월 23일 명령에서 기각 가능성도 제기했고, 심리에서도 새 포고령이 나오면 별개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판결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판사들은 정부의 명분에도 의문을 표했다. 겔피 판사는 반유대주의 척결이 명분인데 정작 이스라엘 학생과 라틴아메리카 출신 유대인 학생까지 하버드에 오는 길이 막힌다고 지적했다. “반유대주의를 없애면서 유대주의까지 없애는 셈”이라는 취지였다. 데이비스 변호사는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이스라엘인이나 유대인에 대한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답했다. 클레멘트 변호사는 하버드가 법적으로 보관 의무가 있는 문서는 모두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설령 부족했더라도, 포고령이 아니라 정식 자격 박탈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먼저 정확히 짚어야 할 점이 있다. “검토 중”이라는 소식의 실체는 이 법정 발언이다. 새 포고령이 서명되거나 발표된 것은 아니다. 현재 하버드 유학생들은 정상적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5월 국토안보부의 유학생 프로그램(SEVP) 자격 박탈 서한은 법원이 막았고, 국토안보부는 그해 8월 그 서한을 집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6월 포고령도 법원이 막은 뒤 12월 만료됐다.
사건의 경과는 이렇다. 2025년 4월 행정부는 다양성 프로그램 폐지 등 10개 요구를 하버드에 내놨고, 앨런 개버 총장이 거부하자 연구비 약 22억 달러를 동결했다. 5월 22일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SEVP 자격 박탈 서한을 보내 재학생에게 “전학하거나 체류 자격을 잃는다”고 통보했다. 하버드가 소송을 내자 앨리슨 버로스 연방 판사는 다음 날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6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신규 하버드 유학생의 F·M·J 비자 입국을 중단하고 재학생 비자 취소 검토를 지시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다음 날 하버드행 신규 비자 인터뷰를 중단했다. 버로스 판사는 6월 20~23일 두 조치 모두에 예비 금지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포고령은 2025년 12월 만료됐다.
10월에는 다른 관련 조치도 잇따랐다. 행정부는 10월 8일 하버드를 포함한 9개 대학의 J-1 비자 사기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대상은 예일, MIT, 스탠퍼드, 브라운, 애리조나주립대, 피츠버그대, UC데이비스, 칼텍이다. 국토안보부가 7월 내놓은 학생비자 4년 상한 규칙은 시행 하루 전인 9월 14일 법원이 제동을 걸었고, 정부는 항소했다. 대학 총장 연합과 국제교육자협회(NAFSA) 등은 10월 6일 유학생 인턴십 제한을 두고 별도 소송을 냈다. 같은 주에는 연구비 동결 소송 항소심도 심리됐다. 하버드 입학처장은 10월 19일 단속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지원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인 독자에게 중요한 구분이 있다. 금지 대상은 국적이 아니라 비자 종류다. 한국인 F-1·J-1 유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대상이 아니다. 당장 전학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버드 국제처의 공식 안내를 따르고 비자 서류를 최신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안전하다. 항소법원 판결이 나오면 상황이 다시 바뀔 수 있다.
앞으로 세 가지 갈림길이 있다. 정부가 승소하면 새 포고령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곧바로 재소송이 이어진다. 하버드가 승소하면 금지명령이 유지돼 하버드만을 겨냥한 포고령 재발령이 막힌다. 법원이 만료를 이유로 사건을 기각하면 법적 불확실성만 남는다. 어느 경우든 판결 전까지는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