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지난 17일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연방관보에 게재한 최종규정이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학생 사회에 파장을 낳고 있다. 30여 년간 유지돼온 유학생 체류 제도의 근간이 흔들리는 사안인 만큼, 발표 직후부터 관련 커뮤니티와 언론에서 관련 소식이 빠르게 확산되며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신분유지기간(Duration of Status·D/S)’ 제도가 폐지되고, 오는 9월 15일부터 F-1(유학생)·J-1(교환방문)·I(외국언론인) 비자 소지자에게 최대 4년의 고정 체류기한이 적용된다. 1976년부터 대학과 대학원 재학 기간 동안 별도의 만료일 없이 체류할 수 있었던 D/S 제도가 이제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DHS 발표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신규 입국자뿐 아니라 현재 D/S 방식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기존 F·J·I 비자 소지자에게도 소급 적용돼, 시행일부터 최대 4년으로 체류기간이 자동 전환된다.
문제는 ‘4년’이 아니라 ‘연장 승인 여부를 아무도 장담 못 한다’는 것
가장 큰 충격은 기간 자체보다 절차 변경에 있다. 기존에는 학교의 국제학생 담당자(DSO)가 SEVIS 시스템에서 학업 연장을 처리하면 충분했지만, 새 제도에서는 이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제 학생들은 이민서비스국(USCIS)에 별도의 체류연장(Extension of Stay) 신청서를 제출하고, 생체인식 등록과 함께 자격 요건을 다시 증명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 이민 행정 자체가 사상 최악의 적체 상태라는 점이다. 니스카넨센터 집계에 따르면 2026 회계연도 1분기 기준 USCIS의 미처리 사건은 1130만 건에 달하며, 이 기간 실제 처리된 사건은 180만 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직전 분기 대비 28% 급감했다. 일부 집계에서는 전체 적체 건수가 2016년 350만 건에서 2025년 1160만 건으로 10년 새 세 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유학생 연장 심사까지 새로 얹히면서, 전문가들은 학업 일정과 이민 행정 처리 속도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박사과정이 통상 6년가량 걸리는데, 학생들은 학업 도중 체류 연장을 신청해야 하지만 승인 여부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4년 만기 시점에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한 박사과정생, 6~8년이 걸리는 의대·치대생 상당수가 ‘심사 중 신분 공백’이라는 초유의 리스크에 노출되는 셈이다.
숨은 독소조항 3가지: 전공 변경·편입·재입학 사실상 봉쇄
이번 규정에는 체류기간 단축 못지않게 파장이 큰 학사 이동성 제한 조항들이 담겨 있다.
① 학부 1학년은 전학·전공·학위레벨 변경 금지. 대학원 이하 모든 레벨의 학생은 SEVP(학생교환방문자프로그램)의 별도 승인이 없는 한 첫 학년을 마치기 전까지 전학이나 전공·교육레벨 변경이 금지된다. 미국 대학의 대표적 장점으로 꼽히던 ‘입학 후 전공 탐색’ 관행이 최소 1년간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② 대학원생은 재학 중 전공·학위과정 변경이 사실상 전면 금지. 대학원 레벨 F-1 학생은 원칙적으로 프로그램 진행 중 교육 목표(전공)를 변경할 수 없고, SEVP가 승인한 제한적 예외를 제외하면 재학 중 학교를 옮기는 것도 금지된다.
③ 동일 레벨·낮은 레벨로의 재입학(역행 편입) 금지. 한 단계 학위과정을 마친 학생은 F-1 신분을 유지한 채 같은 레벨이나 더 낮은 레벨의 다른 프로그램을 새로 밟을 수 없고, 반드시 더 높은 교육단계로 진학해야 한다. 예컨대 석사를 마친 뒤 다른 분야 학사나 별도 석사 과정을 다시 밟는 식의 진로 전환이 막히는 셈이다. 여기에 학업 완료 후 출국이나 신분 변경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절반이 줄었다.
한인 유학생 2만5000명 “출국 앞두고 날벼락”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거나 재학 중인 한국 학생과 가족 등 약 2만5000명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학업 기간이 긴 박사과정 재학생·준비생, 병역 문제가 걸린 남성 유학생, 졸업 후 미국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전해진다.
한국일보 미주판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이 지난 6월 17일 DHS의 최종규정 심사를 마쳤고, 이에 따라 행정부 내부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돼 조만간 연방관보에 최종안이 게재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실제로 예상대로 7월 17일 규정이 공식 게재됐다.
“문제 없는 곳에 만든 해법”…교육계·이민단체 강력 반발
국제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세계 최대 국제교육 협회인 NAFSA의 파타 아우(Fanta Aw) 대표는 성명을 통해, D/S 폐지는 잘못되고 불필요한 정책 전환으로, 이미 효과적으로 작동해온 시스템에 불확실성과 관료주의, 두려움을 주입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제학생들은 이미 SEVIS를 통해 가장 철저히 관리되는 비이민자 집단이라는 것이 협회 측 주장이다.
미국대학협회(AAU) 등은 규정 초안 단계부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AAU는 인공지능 관련 분야 미국 박사 졸업생의 상당수가 졸업 후에도 미국에 남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 규정이 AI 등 미래 산업 인재 확보 측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학생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는 규모도 상당한데, NAFSA는 2023~2024학년도 국제학생의 경제적 기여를 438억 달러, 관련 일자리 37만8174개 규모로 추산한 바 있다.
법적 대응 움직임도 감지된다. NAFSA의 질 앨런 머레이 부대표는 한 웨비나에서, 이번 규정 시행으로 벌어질 혼란이야말로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정책의 실체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자들은 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며, 개별 학생과 대학의 구체적 피해 사례가 향후 소송에서 핵심 증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으로 일정과 남은 변수
DHS는 규정이 2026년 9월 15일 발효된다고 못박았지만, 다만 최종 규정에는 대학원생의 학위레벨 변경 제한 조항과 관련해 SEVIS 시스템 등의 기술적 준비가 안 될 경우 DHS 재량으로 해당 조항의 시행을 연기하거나 유예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도 포함돼 있다. 즉 세부 시행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순연되거나 소송으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거나 유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자신의 I-20·DS-2019상 프로그램 종료일과 향후 I-94 만료일을 미리 확인하고, 소속 대학 국제학생처(OISS)와 상담해 연장 신청 시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대학원 진학이나 전공 변경, 편입을 계획 중이라면 규정 시행 전인 9월 15일 이전에 학교 측과 반드시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