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 설사’를 유발하는 미생물 기생충인 ‘사이크로스포라(Cyclospora)’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며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시간주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최소 17개 주 이상에서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각 주 보건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미국 내 사이크로스포라 감염증(이하 사이크로스포라증) 환자가 수백 명 단위로 불어났다. 가장 타격이 큰 미시간주의 경우 지난 6월 말 170건이던 확진 사례가 불과 며칠 만에 572건으로 급증했다. 미시간주 보건당국은 평년 기준 연간 감염자가 50건 안팎이던 것에 비하면 매우 이례적이고 심각한 폭발적 유행이라고 밝혔다.
이 기생충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보건당국은 6월 초 이후 수십 건의 감염 보고를 접수했으며, 주내 확진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 중 대부분의 사례는 주도인 랄리(Raleigh)가 위치한 웨이크 카운티 지역에 집중됐다. 미시간주와 국경을 접한 오하이오주에서도 170건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등 동부와 중서부 일대의 확산세가 가파르다.
보건 당국의 최신 조사 결과, 감염증 발생 지역은 미국 전역으로 대폭 확대됐다. 남부 지역의 조지아주를 비롯해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버지니아주, 테네시주, 루이지애나주에서 확진자가 확인됐다. 동부 및 북동부의 뉴욕주, 펜실베이니아주, 뉴저지주, 커네티컷주, 매사추세츠주와 중서부의 일리노이주, 위스콘신주, 그리고 서부 및 기타 지역인 콜로라도주와 알래스카주까지 포함해 총 18개 주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조지아 보건당국 역시 환자들의 최근 해외 여행력이 없다는 점을 토대로 국내 유통망을 통한 감염 경로를 추적 중이다.
사이크로스포라증은 감염된 인분으로 오염된 물이나 신선 농산물을 섭취할 때 발생하는 수인성·식품 매개 감염병이다. 사람 간의 직접적인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감염 시 소장에 기생하며 잠복기 1주일(2일~14일)을 거친 뒤 급성 물설사와 복통, 구토, 피로감, 탈수 증세를 유발한다. 증상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재발성 발작이 특징이며,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한 달 이상 고통이 지속된다.
보건 전문가인 다리엔 서튼 박사는 “이 기생충은 극심한 형태의 식중독과 위장염을 일으킨다”라며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설사로 인한 심각한 탈수 증세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CDC 공식 집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20명 이상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감염자 연령층은 5세 어린아이부터 86세 고령층까지 다양하며 전체 환자의 61%는 여성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미국 보건당국(CDC·FDA)은 현재 다각도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아직 이번 유행을 촉발한 단일 오염원이나 특정 수입·유통 업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자들 대다수가 증상 발현 전 해외여행 이력이 없어 미국 국내 유통망을 통해 유통된 신선 식품이 원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과거 유사한 유행 사례에서는 포장된 믹스 샐러드, 고수(실란트로), 바질, 쪽파, 완두콩, 라즈베리 등이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미시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등 각 보건당국은 오염원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주민들에게 철저한 위생 관리를 당부했다. 당국은 포장 샐러드 제품 대신 통배추나 통상추를 구입해 겉잎을 제거한 뒤 흐르는 물에 씻어 먹을 것을 권고했다. 또한 고수나 바질, 쪽파 같은 허브류와 채소류는 가급적 내부 온도 화씨 158도(158°F) 이상으로 가열 조리해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반적인 간이 대변 검사로는 이 기생충의 식별이 어렵기 때문에, 수일 동안 물설사와 극심한 피로가 지속될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사이크로스포라 전용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기생충 감염은 시중의 일반 지설제로는 완치가 불가능하며, 박트림(Bactrim) 등의 특정 항생제 처방과 함께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한 가료가 병행되어야 한다.
사진설명: 전자 현미경을 통해 촬영된 ‘사이크로스포라 카예타넨시스(Cyclospora cayetanensis)’의 세포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