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IL=김선엽 기자】미국 국방부 산하 U.S. Military Entrance Processing Command(USMEPCOM)가 특정 질환 보유 지원자를 입대 초기 단계에서 걸러내는 새로운 의료 심사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질환이 확인될 경우 입영 신체검사 단계 이전에 절차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일부 지원자들의 군 입대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정책은 ‘면제 가능성이 낮은 질환(Conditions Unlikely to be Waived·CUW)’ 제도로, 5월 4일부터 공식 시행됐다. 미군은 기존에도 다양한 질환에 대해 입대 제한 기준을 적용해왔지만, 이전에는 지원자가 군 입영심사소(MEPS)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뒤 각 군종 면제 심사기관이 최종 승인 여부를 판단했다.
그러나 새 제도는 이 판단을 훨씬 앞당겼다. 사전 의료기록 검토 단계에서 특정 질환이 발견되면 아예 신체검사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미 육군 군의관인 메건 맥키넌 대령은 “기존에는 전체 절차를 모두 진행한 뒤 뒤늦게 면제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초기 단계에서 추가 승인이 필요한 질환을 먼저 걸러내는 방식으로 절차 순서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개된 CUW 대상 질환은 총 28개다. 단순 경미 질환보다는 군 복무 중 응급상황 가능성이 높거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사례들이 중심이다.
대표적으로는:
- 심장 판막 치환 수술
- 선천성 대동맥 이상
- 기면증
- 제1형·제2형 당뇨병
- 크론병·궤양성 대장염
- 루푸스
- 마르팡 증후군
- 겸상적혈구병
- 최근 1년 내 양극성 장애 조증 이력
- 두 차례 이상 자살 시도 경력
- 최근 정신질환 사유 전역 이력
- 땅콩 알레르기 아나필락시스
- 인공 삽입 의료기기 보유
- 최근 1년 내 심한 섬유근육통
- 최근 6개월 내 스트레스 골절
- 경추 유합 수술 등이다.
특히 정신건강 관련 기준도 강화됐다. 조울증(양극성 장애, Bipolar disorder), 항정신병 약물 복용 이력, 반복적 자살 시도 이력 등은 면제 가능성이 매우 낮은 항목으로 분류됐다.
군 당국은 이번 조치가 “새로운 입대 제한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대부분 면제가 어려웠던 사례들을 조기에 걸러내 행정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미군은 모집난과 동시에 의료 심사 적체 문제를 겪어왔다. 지원자들의 의료기록 검토와 면제 심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모집관과 의료진의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USMEPCOM은 이번 정책으로 불필요한 신체검사의 감소를 포함해 의료 인력 부담 완화, 모집관 업무 효율 개선, 실제 복무 가능 인원 집중 확보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군이 최근 병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의료 기준 적용은 오히려 더 엄격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 육군은 최근 몇 년간 모집 목표 미달 사태를 겪었고, 이에 따라 체지방 기준 완화, 문신 규정 완화, 특정 경력 면제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군 복무 수행 능력과 직결되는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접근을 택하는 분위기다. 군 전문 매체들은 이번 정책이 “지원자 수 확대보다 장기 복무 가능성과 전투 준비태세를 우선시하는 방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정책을 둘러싼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 현역·전역 군인들은 “심각한 질환은 애초에 초기에 걸러내는 것이 맞다”며 효율성 개선에 공감했다. 반면 일부 지원자들은 “완치됐거나 장기간 증상이 없는 경우까지 일괄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만성질환 환자들 사이에서는 “수년째 약 없이 정상 생활 중인데도 기회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정책이 절대적 입대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각 군종 면제 권한 기관의 특별 승인 절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승인 가능성은 이전보다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