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이 직접 시행해온 미국 시민권 시험의 운영 방식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안보부(DHS)가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산하 정보규제국(OIRA)에 공식 등록한 규제 아젠다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뉴스위크 등 복수의 매체가 지난주 보도했다.
시험 운영, 외부 기관에 맡길 수도
이번 아젠다의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USCIS가 승인한 제삼자 기관이 귀화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시민권 시험을 대신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DHS는 이를 통해 시험 운영에 “추가적인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젠다 항목 자체는 이 같은 위탁 시스템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담고 있지 않다.
둘째, 귀화 신청자가 갖춰야 할 교육 요건, 즉 미국 역사·정부 구조에 대한 지식과 영어 구사 능력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방안이다. DHS는 현행 규정이 “신청자가 교육 요건을 어떻게 충족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이번 개편으로 “귀화 시험의 신뢰성을 한층 강화”하고 이민자의 “적절한 동화”와 “미국 헌법·법률·건국 이념에 대한 통일된 정체성”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매년 수십만 명의 귀화 신청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USCIS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에만 81만 8,500명이 새로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지난 10년간 약 800만 명이 미국 시민이 됐다. 현재 시민권 시험의 1차 합격률은 89.7%, 재시험까지 포함하면 94.4%에 달한다.
“새로운 아이디어 아니다”…전문가는 신중론
지난해 말 퇴직한 전직 USCIS 관리자 더글러스 S. 피어스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제삼자 위탁 시험이 전혀 새로운 발상은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추진됐던 ‘시티즌십 USA(Citizenship USA)’ 캠페인 당시 유사한 방식이 이미 시도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행정부가 공개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 이번 방안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이민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시험 내용과 난이도 기준이 외부 위탁 이후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USCIS는 이미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접수된 N-400 귀화 신청서부터 128개 문항 은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2025년 시민학 시험’을 적용하고 있는 상태로, 이번 개편안까지 더해지면 시험 체계에 연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해당 방안은 아직 확정된 규정이 아니며, 정식 입법·규정 제정 절차를 거쳐야 시행될 수 있다.
탈시민권 확대 흐름 속에서 나온 개편안
이번 시험 개편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박탈, 즉 ‘탈시민권(denaturalization)’ 절차를 대폭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려 나왔다. 법무부는 2026회계연도(9월 30일 종료)가 끝나기 전까지 최소 250건의 탈시민권 소송을 제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근 몇 주 사이 이미 수십 건의 소송을 접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4년간 제기된 24건, 트럼프 1기 행정부 임기 중 제기된 약 100여 건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USCIS는 전국 사무소에 전문 인력을 파견하거나 재배치해, 이미 시민권을 취득한 이들 중 박탈 대상이 될 만한 사례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으며, 월 100~200건의 잠재적 사건을 법무부 이민소송국에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시민권은 연방법(8 U.S.C. § 1451)에 따라 시민권이 불법적으로 취득됐거나 사실을 은폐·허위 진술해 얻어졌다는 점을 법원에서 입증해야 하는 절차로, 행정 결정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반드시 연방 법원의 정식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망
시민권 시험과 교육 요건에 관한 이번 규제 아젠다는 아직 초기 단계로, 향후 정식 규정안(NPRM) 공고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확정된다. 그러나 탈시민권 소송이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되는 가운데 시험 운영 방식까지 바뀔 경우, 귀화를 앞둔 영주권자들과 이들을 돕는 이민 변호사들의 관심은 한동안 이 사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