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신규 호스피스·재택의료 기관에 대한 메디케어 공급자 등록을 전국적으로 중단하면서 미국 의료계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조지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미 전역이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한인 고령층과 의료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 보건복지부(HHS) 산하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13일 신규 호스피스(hospice) 및 재택의료(home health) 기관의 메디케어 공급자(provider) 등록을 최소 6개월간 전국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메디케어 신규 가입 자체를 중단했다”는 식의 표현이 확산됐지만, 실제 조치는 일반 시니어들의 메디케어 가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신규 의료기관의 메디케어 공급자 등록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운영 중인 병원·클리닉·호스피스 기관들은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새롭게 설립되는 재택간호 업체나 호스피스 기관들은 당분간 메디케어 공급자 승인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CMS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조직적 의료 사기 의혹을 지목했다. 일부 업체들이 실제 치료 없이 허위 청구를 하거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뒤 메디케어 비용을 청구한 사례들이 잇따라 적발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정책을 ‘납세자 보호’와 ‘연방 의료보험 정상화’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도 최근 연설에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시스템 내 구조적 사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연방 자금이 실제 환자가 아닌 사기 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정부가 올해 들어 확대 중인 대규모 의료 사기 단속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CMS는 이미 지난 2월부터 의료장비 공급업체(DMEPOS)에 대해서도 신규 메디케어 등록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며, 지난해에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의심 청구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일부 주정부에 대한 압박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행정부는 의료 사기 관리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 일부 메디케이드 자금 지급을 보류하거나 동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료 사기 근절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국 단위의 신규 등록 중단은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시장 진입까지 가로막아 결과적으로 환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고령층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미 동남부 지역에서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의 한인 사회에서도 재택간호와 호스피스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규 의료기관 공급이 줄어들 경우 서비스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특히 농촌 지역이나 의료 취약 지역에서 의료 공백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비영리 의료정책기관 관계자들은 “과거에도 특정 지역이나 업종에 대한 제한 조치는 있었지만, 전국 단위 시행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사기 차단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 접근성 악화 문제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CMS는 이번 조치를 최소 6개월 유지할 계획이며, 필요할 경우 연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