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최근 미국 이민당국(USCIS)이 영주권 절차와 관련한 새로운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미국 내 취업비자(H-1B), 유학생(F-1), OPT(졸업 후 현장실습) 신분 유지자들 사이에 극심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제 미국 안에서는 영주권 신청이 어려워지고 본국으로 돌아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급속히 퍼지면서 한인 사회의 불안도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USCIS가 발표한 새 정책 메모는 기존 미국 이민 시스템의 핵심 구조 자체를 흔드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나
기존에는 H-1B 취업비자 소지자들이 미국 내에서 영주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보통 절차는 다음과 같았다.
- 회사가 노동허가(PERM) 진행
- I-140(취업이민청원) 승인
- 우선일자(priority date) 도래
- 미국 내에서 I-485(신분조정) 접수
- 미국 체류 및 근무 유지
- 영주권 승인
이 과정은 ‘Adjustment of Status(AOS·신분조정)’라고 불리며 수십 년간 취업이민의 핵심 절차로 자리 잡아왔다. USCIS 역시 최근까지 공식 홈페이지에서 이를 일반적인 영주권 절차 중 하나로 설명해 왔다. 그러나 지난 22일 USCIS는 정책 메모(PM-602-0199)를 발표하며 “신분조정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는 재량적 혜택(extraordinary discretionary benefit)”이라는 표현을 공식화했다. 쉽게 말하면 미국 안에서 영주권으로 신분을 바꾸는 절차를 더 이상 일반적인 경로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은 ‘영사 처리(Consular Processing)’를 사실상 기본 원칙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다. 즉 미국 안에서 I-485를 통해 영주권 신청보다는 본국 미국대사관 인터뷰를 통해 이민비자를 받고 입국하는 방식을 우선시하려는 방향이다. 실제로 최근 USCIS와 국토안보부(DHS)는 “임시 비자는 본래 일시 체류 목적이며, 영주권의 첫 단계처럼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설명까지 내놨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내 H-1B 근로자들과 유학생들 사이에서는 “이제 한국 돌아가야 하나”, “회사 다니다 갑자기 출국해야 하나”, “대사관 인터뷰에서 거절되면 어떻게 되나” 같은 우려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H-1B 취업비자 소지자들이다.
H-1B는 원래 미국 이민법상 ‘Dual Intent(이중 의도)’가 인정되는 대표적 비자다. 즉, 비이민 신분으로 체류하면서 동시에 영주권 의도를 가져도 합법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의 H-1B 소지자들은 미국 안에서 자연스럽게 영주권 절차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새 정책 메모 발표 이후 이 경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다만 이후 USCIS 측은 추가 설명을 통해 H-1B, L-1 같은 일부 고숙련 취업비자 소지자들은 여전히 미국 내 신분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즉 현재 단계에서는 “무조건 출국해야 한다”라고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내 신분조정 심사가 훨씬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민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F-1 유학생들과 OPT 신분 유지자들도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 대학 졸업 후 OPT → H-1B →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기존 경로가 점점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H-1B 선발 방식 변경, 고연봉·고학력 우선 정책, 비자 심사 강화 등을 연이어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일부 완화 조치도 존재한다. 국토안보부는 지난해 H-1B cap-gap 연장 규정을 확대해 일부 유학생들의 신분 공백 문제를 완화하기도 했다. 즉 현재 미국 이민정책은 한편으로는 고숙련 인력 유치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주권 절차와 체류 심사 강화 라는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민 변호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해외 출국 리스크”다. 만약 한국으로 돌아가 서울 미국대사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행정심사(Administrative Processing), 비자 지연, 추가 서류 요청, 재입국 지연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IT·엔지니어·회계·의료 분야 한인 전문직 종사자들은 미국 회사 재직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장기 해외 체류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서명 규정까지 강화되면서 단순 서류 실수도 치명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DHS는 오는 7월 10일부터 “유효하지 않은 서명”이 발견될 경우 접수 후에도 케이스를 거절할 수 있는 새 규정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발표된 정책은 의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이민법 자체라기보다는 USCIS의 정책 해석 및 행정지침 성격이 강하다. 이미 미국 이민업계에서는 대규모 소송 가능성, 법원 제동 가능성, 정책 수정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이민 변호사들은 “Adjustment of Status는 이미 수십 년간 의회가 인정해온 제도이며, 행정부가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가장 위험한 행동으로 충분한 법률 검토 없는 해외 출국, 인터넷 루머만 믿고 신분 변경 시도, 서류 누락 및 허위기재를 꼽고 있다. 특히 한인 사회에서는 카카오톡과 SNS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퍼지면서 불안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이민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자신의 비자 상태 확인, 회사 이민변호사와 전략 재점검, I-485와 영사처리 비교 검토, 해외여행 최소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 행정 절차 변경을 넘어 미국 취업이민 시스템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미국 내 한인 전문직·유학생 사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 법원 판결과 USCIS의 추가 지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어지는 기획기사 2편에서는
H-1B·유학생들이 실제로 준비해야 할 사항과 주의점들을 자세히 분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