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습니다. “연평균 7% 정도면 은퇴 준비에 충분하지 않을까요?”
많은 분들이 은퇴 준비를 이야기할 때 평균 수익률을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숫자로 보기에 7%는 꽤 괜찮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은퇴 설계에서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평균이 아닙니다. 수익이 언제 발생하느냐입니다. 금융에서는 이를 ‘순차적 수익률 위험(Sequence of Returns Risk)’이라고 부릅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의미는 단순합니다.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도, 손실이 먼저 오느냐 나중에 오느냐에 따라 은퇴 자산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은퇴 직전이나 은퇴 직후에 시장이 크게 하락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 시기에 생활비를 인출해야 한다면 자산은 줄어든 상태에서 다시 회복을 기다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은퇴 초기에 몇 년간 수익이 먼저 쌓이면, 이후 시장이 흔들리더라도 자산이 버틸 여력이 생깁니다. 차이는 평균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순서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왜 은퇴 직전 5년이 중요할까
은퇴 전에는 급여 소득이 있습니다. 시장이 하락하더라도 계속 투자할 수 있고, 시간이 회복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급여 소득은 멈추고, 이제는 모은 자산에서 생활비를 꺼내 써야 합니다. 시장 변동을 기다릴 여유가 예전만큼 넉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은퇴 초기 5년을 매우 중요하게 봅니다. 이 시기는 이후 20년, 30년의 안정성을 좌우할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자산의 ‘성장’보다 ‘지속성’이 더 중요합니다.
4% 룰은 항상 안전할까요?
은퇴 설계에서 흔히 ‘4% 인출 전략’이 언급됩니다. 저 역시 상담 중에 자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그 전략에도 전제가 있습니다.
1.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일 것
2. 큰 변동성이 반복되지 않을 것
3. 인출률을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있을 것
현실의 시장은 이 가정과 늘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같은 평균 수익률이라도 은퇴 초기에 손실이 발생하면, 자산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몇 퍼센트 수익이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나는 시장이 흔들려도 버틸 구조인가?”
해답은 수익률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이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은퇴 설계의 핵심은 높은 수익률 경쟁이 아닙니다. 생활비를 책임질 수 있는 소득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입니다.
1. 일정 기간 사용할 현금 자산을 마련해 두는 것
2. 시장과 무관하게 들어오는 소득원을 확보하는 것
3. 성장 자산과 안정 자산의 균형을 맞추는 것
4. 인출 전략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
이런 장치들이 있으면 시장 변동성은 두려움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요소가 됩니다.
은퇴는 ‘투자 게임’이 아니다
은퇴는 더 이상 돈을 모으는 시기가 아닙니다. 이제는 꺼내 쓰는 시기입니다. “얼마를 벌 수 있는가”보다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가 더 중요해집니다. 은퇴 직전 5년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닙니다. 그 이후 30년의 삶의 안정성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혹시 지금의 자산 구조가 시장 변동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점검해 본 적이 없다면, 한번쯤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크게 바꾸기 전에, 현재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은퇴 후 자산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세금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재연 보험 전문인은 2008년부터 동남부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생명보험과 은퇴 설계, 메디케어 등 종합 재정 서비스를 제공해 온 보험·재정 전문가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상담과 보험을 ‘교육’으로 설명하는 접근 방식으로 고객 이해를 우선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구축했으며, 현재 JYL Financial LLC를 통해 조지아와 캐롤라이나를 포함한 10개 주 지역으로 활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상담문의: (770) 369-6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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