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김선엽 기자] 위고비와 오젬픽,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를 복용한 뒤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는 소송이 미국에서 수백 건으로 늘고 유럽 규제당국이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분류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인과관계를 결론 내리지 않아 복용자들의 불안과 과학적 논쟁이 함께 커지고 있다.
원고들이 지목하는 질환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이른바 NAION이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줄면서 통증 없이 갑자기 한쪽 눈의 시야가 가려지는 질환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발견하는 경우가 많고 한 번 잃은 시력을 되돌릴 입증된 치료법이 없다. 원고들은 제조사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이 위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경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연방 소송은 지난해 12월 펜실베이니아 동부 연방지법의 다지구 소송(MDL 3163)으로 병합됐고, 10월 1일 기준 247건이 계류 중이다. 지난 5월 86건에서 빠르게 늘었다. 법원은 지난 6월 양측의 과학적 증거를 청취했고, 인과관계와 경고의 적정성에 대한 조기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 시범재판이나 합의는 없다. 노보 노디스크는 “소송은 근거가 없다”며 세마글루타이드의 안전성이 대규모 사용 경험으로 확립돼 있다고 반박했고, 일라이 릴리도 환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규제당국의 판단은 지역마다 다르다. 유럽의약품청은 지난해 6월 세마글루타이드에 한해 NAION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분류했다. 사용자 1만 명 중 최대 1명꼴로, 당뇨 환자에게서 상대위험이 약 2배라는 추정이지만 절대적 발생은 극히 드물다는 의미다. 유럽은 제품 정보에 이를 반영하도록 했고, 세계보건기구도 같은 경고를 냈다. 반면 FDA는 NAION을 ‘잠재적 안전 신호’로 지정해 대규모 데이터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미국 내 제품 라벨에는 아직 NAION 경고가 없으며 인과관계에 대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엇갈린다. 2024년 하버드 의대 계열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처방 당뇨 환자의 NAION 발생이 비교군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이후의 대규모 분석들도 같은 방향을 보였다. 그러나 모두 관찰연구로 약이 원인이라고 입증하지는 못했고, 당뇨와 비만, 고혈압, 수면무호흡처럼 NAION 자체의 위험 요인을 가진 사람들이 이 약의 주된 사용자라는 점이 해석을 어렵게 한다. 연구가 집중된 성분도 세마글루타이드이며,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에 대한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복용 중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시야 가림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진료를 받으라고 권한다. 다만 이 소식만으로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되며, 이 약들이 혈당 조절과 체중 감소, 심혈관 위험 감소에 주는 이득이 큰 만큼 중단 여부는 처방의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럽 규제당국은 NAION이 확진되면 세마글루타이드를 중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