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의 5월 마지막 월요일은 ‘메모리얼데이(Memorial Day)’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연휴이자 바비큐 파티와 여행, 대형 세일이 열리는 날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사회가 이 날을 바라보는 본래 의미는 훨씬 무겁고 깊다.
메모리얼데이는 미국을 위해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추모하는 날이다. 살아있는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Veterans Day(재향군인의 날)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미국 전역 곳곳에서는 이날만큼은 성조기를 반쯤 내리고, 전사자 묘역에는 꽃과 국기가 놓인다. 일부 미국인들이 “Happy Memorial Day”라는 표현을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메모리얼데이의 시작은 남북전쟁 직후인 186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쟁 희생자들의 묘지에 꽃을 장식하며 추모했던 ‘데코레이션 데이(Decoration Day)’가 현재의 메모리얼데이로 발전했다. 이후 제1·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희생된 모든 미군 장병들을 기리는 국가적 추모일로 확대됐다.
특히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오후 3시 ‘National Moment of Remembrance(국가 추모 묵념 시간)’이 진행된다. 시민들은 잠시 일상을 멈추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한다. 워싱턴 D.C.의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수십만 개의 묘비마다 작은 성조기가 꽂히며 장관을 이룬다.
한인들에게 메모리얼데이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 약 3만6천 명의 미군이 한반도에서 목숨을 잃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 뒤에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젊은 장병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점에서, 메모리얼데이는 한국계 미국인 사회에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사회는 메모리얼데이를 통해 단순히 전쟁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와 평화가 결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정치적 성향이나 세대 차이를 넘어, 희생과 헌신 자체에 대한 존중이 강조된다.
올해 메모리얼데이에도 미국 곳곳에서는 퍼레이드와 추모식, 묘지 헌화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연휴의 즐거움 속에서도 많은 미국인들이 잠시 고개를 숙이는 이유는, 지금의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