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GA=김선엽 기자] 주애틀랜타총영사관(총영사 이준호)은 총영사관 대표번호까지 조작해 “한국 법원 서류가 왔다”며 접근한 뒤 수사를 빙자해 계좌이체와 암호화폐 ATM 입금을 요구하는 공관 사칭 보이스피싱이 계속되고 있다며, 최근 2년간 30만 달러 이상 피해가 2건 접수됐고 “언제 큰 건이 터질지 모른다”고 3일 경고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틀림없는 총영사관 대표번호가 찍혀 있지만, 이 전화는 영사관이 건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이 번호를 조작해 건 사기 전화다. 영사관은 최근 2년간 크고 작은 피해가 많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최근에는 새 피해 접수가 없지만, 대신 “그런 영사가 실제 근무하느냐”는 확인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사기는 이렇게 진행된다
영사관이 공개한 수법은 네 단계다.
① 공관 번호로 전화가 온다. 총영사관을 비롯한 미국 내 공관 대표번호로 ‘정승범’, ‘서민제’ 실무관 등을 자처하는 사람이 전화를 건다. 한국 법원에서 서류가 왔으니 즉시 찾아가라고 재촉한다.
② 가짜 사이트에서 ‘수배’를 확인하게 한다. 멀어서 못 간다고 하면 go.kr로 끝나지 않는 가짜 웹사이트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 직접 확인하라고 한다. 이 사이트에는 아무 이름이나 번호를 넣어도 그 정보 그대로 체포영장과 혐의가 적힌 문서가 뜬다.
③ ‘수사’가 시작된다. 이어 한국 번호로 경찰, 금융감독원, 중대범죄수사청 등을 사칭한 전화가 온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체포된다고 겁을 주며 여권과 운전면허증 사진, 계좌 잔액, 통화내역과 알리바이를 요구한다. 가족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고, 휴가를 내라고 하거나 보증금을 내면 구속을 면해 주겠다고 한다. 위협과 칭찬을 섞어 반성문 제출 같은 ‘미션’도 끊임없이 준다.
④ 송금을 지시한다. “계좌가 동결될 수 있으니 자산을 안전한 계좌로 옮기라”는 거짓말이 쓰인다. 최근에는 현금을 뽑아 암호화폐 ATM에서 지정 지갑으로 입금시키는 방식이 유행이다. 과거에는 웨스턴유니온 송금도 이용됐다.
더 무서운 것은 범인들이 돈을 보낸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피해금을 모두 빼낼 때까지 계속 연락하며 대출을 받아 추가 송금하게 만든다. 과거처럼 깨닫자마자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해 일부를 되찾기가 어려워졌다.
캄보디아 조직 검거됐지만
지난 8월 한국 충북경찰청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조직원 14명을 검거하고 10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영사, 검사, 금융감독원 직원 역할을 나눠 차례로 전화하며 미국·캐나다 동포 15명에게서 863만 달러(약 123억 원)를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달아난 7명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경찰은 가해자 처벌을 위해 피해자들의 진술이 더 필요하다며 신고를 요청하고 있다. 확인된 사칭 이름에는 김정환·윤기형·김지웅 검사와 김선호 금융감독원 과장이 있다.
신고 대상은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 12일경까지 위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 전화: +82-43-240-2395
- 카카오톡: +82-10-4391-9955 (번호를 저장한 뒤 카카오톡으로 신고)
- 이메일: dlarns456@police.go.kr
사기는 미국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에서는 총영사관 번호가 찍힌 전화에 속은 한인이 약 7만 달러를 보냈다. 올해 7월에는 LA와 시카고 총영사관 사칭 전화가 잇따라 접수됐다. 지난 9월에는 영국·독일 거주 동포도 외교부 영사콜센터와 검사를 사칭한 협박을 신고했다.
“돈 이야기 나오면 끊으세요”
- 발신번호를 믿지 마세요. 공관 번호도 조작됩니다.
- 범죄 연루, 수사, 계좌, 송금, 현금 인출, 앱 설치, 사이트 접속이 나오면 즉시 끊으세요.
- 전화를 건 번호로 다시 걸지 마세요. 공식 대표번호(404-522-1611~3)나 이메일(atlanta@mofa.go.kr)로 직접 확인하세요.
- 영사관은 서류 수령을 이유로 방문을 요구하지 않고, 전화로 영장을 통보하지도 않습니다.
- 피해를 입었다면 은행에 즉시 연락하고 영사관 긴급전화(470-880-1986)로 알려 주세요.
- 이미 신분증 사진을 보냈더라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사관은 범인의 목적이 송금이고, 신분증 유출로 신용카드나 휴대폰이 개설된 사례는 접수된 바 없다고 설명합니다.
영사관은 해외에 있는 범인들이 미국까지 찾아와 보복할 가능성도 낮다고 본다. 다만 개인정보 제공과 송금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웃에게 한 번만 알려주세요
한국 사법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 초기 한인이나 시니어가 표적이 되기 쉽다. 영사관은 가족과 지인, 교회와 커뮤니티에 이 4단계 순서를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속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통화를 길게 끌어 범인이 다른 동포에게 걸 시간을 줄이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웨스턴유니온 피해자는 보상 신청 가능
과거 웨스턴유니온으로 송금해 사기를 당했다면 미 법무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3차 보상은 2004년 1월부터 2020년 3월 사이의 송금이 대상이다. 신청 절차와 기한은 영사관 홈페이지 안내에서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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