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김선엽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자에 대한 시민권 박탈(denaturalization) 조치를 강도 높게 추진하는 데 이어, 영주권자(LPR) 및 난민 지위 취득자에 대한 신분 재심사와 추방 절차까지 전방위로 확대하면서 미국 이민사회 전반에 거센 폭풍이 불고 있다. 불법체류자 단속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미 합법적 신분을 취득한 이민자들의 과거 기록까지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적 재심사 체계가 가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토안보부(DHS)와 이민세관단속국(ICE), 이민법 전문 매체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DHS 내부에는 영주권자 재심사를 전담하는 ‘LPR Operations’ 조직이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조직은 현재 약 2,900~3,000건에 달하는 영주권 취득 케이스를 정밀 재검토 중이며, 이 중 최소 500건 이상이 추가 조사 및 계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영주권 취소 또는 추방 재판 절차가 시작된 케이스도 최소 50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재심사 대상 유형은 다음과 같다.
결혼 영주권 사기: 위장 결혼을 통해 영주권을 취득한 혐의
허위 진술(Misrepresentation): 최초 비자 및 영주권 신청서에 허위 정보를 기재한 경우
범죄 경력 은폐: 과거 범죄 전력(가정폭력, 성범죄 등)을 숨기고 신분을 조정받은 경우
국가안보 위협: 반미 활동 및 테러 단체 연계 의혹
실제로 국무부와 ICE는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IRGC) 및 반미 활동 연계 의혹을 받는 일부 이란계 영주권자들과 그 가족들의 영주권을 취소하고 체포 감행에 나섰다.
시민권자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 법무부(DOJ)는 올해 초 시민권 박탈을 핵심 이민정책 기조로 설정하고, 미 전역 39개 지역 연방 법무팀에 관련 사건을 전격 배당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법무부가 시민권 박탈을 검토 중인 귀화 시민권자는 최소 384명에 달하며, 이는 향후 전개될 강력한 조치의 ‘첫 번째 파도(First Wave)’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8일 공식 발표를 통해 성범죄, 테러 지원, 간첩 행위 등을 숨기고 시민권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 12명에 대해 연방법원에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이 대상에는 과거 쿠바 스파이 활동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전직 미국 외교관 마누엘 로차 등이 포함됐다.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대행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 시민이 되지 말았어야 할 인물들이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정당하게 시민권을 취득한 대다수의 이민자는 우려할 필요가 없으나, 사기 수단으로 시민권을 획득하는 행위에는 엄중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을 향한 고강도 압박도 이어졌다. DHS와 연방시민이민서비스국(USCIS)은 올해 초 미네소타주를 시작으로 아직 영주권을 취득하지 않은 난민들의 신청서와 박해 배경을 대대적으로 재검증하는 ‘Operation PARRIS(난민 사후 정밀 검증 및 무결성 강화 프로그램)’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합법적으로 정착했던 소말리아계 등 난민 100여 명이 정밀 재조사 과정에서 체포되어 텍사스 구금시설로 이송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이민단체들이 단속 중단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일시 처분이 내려지는 등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조셉 에들로 USCIS 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과거에 이미 승인된 케이스라 할지라도 의혹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열어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개 천명하며 이 같은 기조를 뒷받침했다.
이민법 전문가들은 시민권과 영주권이 행정명령이나 당국의 직권만으로 즉시 박탈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시민권 박탈은 반드시 연방법원의 민사·형사 재판 판결을 거쳐 정부 측이 ‘중대한 허위 진술이나 불법성’을 명백하게 입증해야 하며, 영주권 취소 역시 이민법원의 재판과 항소 절차를 밟아야 한다. 단순한 행정적 실수나 개인의 정치적 성향만으로는 신분을 박탈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 전역의 이민자 사회와 인권단체들은 정부가 수년, 수십 년 전 완료된 합법적 정착 프로세스까지 소급해 정밀 조사를 벌이는 행위 자체가 합법 이민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위축과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민법조계는 과거 신분 변경 과정에서 사소한 조사의 기재 오류나 법적 분쟁 이력이 있는 영주권자 및 귀화 시민권자들의 경우, 관련 서류를 철저히 보관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등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