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경기 불황 우려 속에서 미국 내 강력 범죄와 민생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대중의 인식과 달리, 실제 미국의 범죄율은 기록적인 감소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문과 달리 미 전역의 치안 지표는 대폭 개선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연례 범죄 데이터 초안(First Look)’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전체 재산범죄(도둑질, 빈집털이, 차량 절도 등)는 전년 대비 12.4% 감소했다. 특히 시민들의 체감 치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강도 사건은 18.5%나 급감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침입 절도가 14.9%, 일반 절도가 9.4% 줄었으며, 한때 팬데믹기 이후 폭등했던 차량 절도 역시 22.8% 감소했다.
강력범죄의 핵심 지표인 살인 사건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미국의 살인 사건 발생 건수는 전년 대비 무려 24.3%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에 기록한 11.6% 감소에 이은 가파른 하락세로, 팬데믹 직후 폭등했던 강력범죄율이 완전히 안정세로 돌아섰음을 증명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지난 3년간 일관되게 이어져 온 흐름이다. 미국의 재산범죄율은 이미 2024년에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1976년 통계 작성 이래 4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이 범죄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일반적인 경제학적 예측이나 소문이 실제 데이터 앞에서는 빗나간 셈이다.
카시 파텔 미 FBI 국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에 공개된 데이터는 강도, 절도뿐만 아니라 살인 등 강력범죄 전반에서 1937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음을 보여준다”라며 사법당국의 정책적 전환과 경찰력 강화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형사사법위원회(CCJ) 등 민간 연구기관의 도시별 치안 분석 결과도 이와 일치했다.
형사사법 및 범죄학 전문가들은 불황 우려 속에서도 이처럼 범죄 건수가 획기적으로 줄어든 핵심 원인으로 가장 먼저 ‘범죄 예방 기술(Tech)의 비약적 발전과 대중화’를 꼽았다. 최근 미국 내 일반 가정과 상업 시설에는 AI 기반 스마트 CCTV와 고화질 도어벨 보안 시스템이 급격히 보급됐다. 범행 현장이 실시간으로 가옥주나 차주의 스마트폰에 녹화되고 사법당국에 즉각 통보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범죄자들의 범행 기회 자체가 원천 차단됐다. 특히 수년간 기승을 부리던 특정 차종의 도난 결함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패치가 완료된 점도 차량 절도 폭락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물가 상승 압박 속에서도 ‘고용 시장의 견고함(실업률 안정)’이 유지된 점 역시 범죄율 폭등을 막은 든든한 방파제가 됐다.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적 팍팍함은 더해졌으나, 기업들의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저숙련 노동자라도 원하면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지속됐다. 범죄학에서 경제와 범죄를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고리가 실업률인 만큼, 안정적인 고용 지표가 생계형 범죄로의 유입을 막아내며 범죄의 기회비용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사법 시스템이 온정주의를 버리고 ‘기소 및 처벌 강화’로 급격히 선회한 점도 범죄 억제력을 다시 가동했다. 팬데믹 기간 감옥 내 감염 방지 등을 이유로 경범죄자를 구속하지 않거나 보석금을 면제해 주던 유화적 치안 기조는 최근 1~2년 사이 완전히 폐기됐다. 각 주 정부와 지자체는 소액 절도 처벌 기준을 재강화하고 반복 범행 시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던 조직적 상점 약탈 행위에 대해 단순 절도가 아닌 중범죄 기소 원칙을 적용하고 장물 유통 경로까지 추적해 엄벌하면서, 범죄자들 사이에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다시 확산됐다. 아울러 지자체 중심의 총기 범죄 집중 단속과 지역 사회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복원도 살인 등 강력 폭력 범죄를 억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사이에서 ‘범죄가 늘었다’는 불안감이 확산한 원인으로는 SNS를 통한 자극적인 절도 영상의 무차별적 유포와 고물가로 인한 사회적 불안 심리가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대도시 일부 상업 지구의 국지적인 상점 약탈 행위가 미디어를 통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 데이터가 미국의 범죄율 감소를 명확하게 증명함에 따라, 경기 불황과 범죄 폭등을 무리하게 연결 짓던 시장의 우려와 유언비어는 당분간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