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의 본격적인 봄철 주택 매수 성수기가 시작됐지만, 실제 시장은 기대와 달리 극심한 거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리스팅 가격이 실제 주택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며 ‘리스팅 가격 거품’ 논란까지 확산되고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머니라이언(MoneyLion)이 미국 200개 주요 주택시장을 분석한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 가격이 실제 추정 가치보다 수십만 달러 높게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의 경우 평균 주택 가치는 약 105만 달러 수준이지만 중간 매물 호가는 169만 달러에 달해 약 63만 달러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고평가 현상은 텍사스·플로리다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히코리와 그린스보로 등 남부 메트로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 환경에서 폭등했던 집값이 여전히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팬데믹 기간 위축됐던 신규 주택 건설 여파로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판매자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시장에서는 미묘한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4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량은 연환산 기준 402만 채로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수준이며, 장기 평균 거래량인 약 520만 채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반면 미분양 재고는 147만 채로 전월 대비 5.8% 증가했다. 시장에 매물이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면서 구매자들의 선택지는 늘어나고 있지만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최근 6.3%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졌다. 임금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일부 앞지르며 구매 여건도 소폭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높은 금리 부담과 생활비 상승,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지면서 실제 매수세 회복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은 전체 거래의 33%에 머물러 여전히 역사적 평균을 밑돌고 있다. 반면 100만 달러 이상 고가 주택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며 시장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집값은 거래 부진에도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전국 기존주택 중간 판매가격은 41만7,700달러로 전년 대비 0.9% 상승하며 34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만 상승 폭은 이전보다 둔화되는 추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이 판매자 중심에서 점차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이동하는 과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매물이 시장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 협상도 늘어나면서, 구매자들이 과거보다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비 구매자들에게 단순 호가보다 인근 유사 매물의 실제 거래 가격과 시장 체류 기간을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주택 상태 대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붙은 매물도 적지 않아 현장 확인과 가격 검증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