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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가, 텍사스 댈러스로 대이동

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JP모건·웰스파고 잇단 캠퍼스 신축…뉴욕증권거래소·나스닥까지 댈러스 진출

K Voice Today by K Voice Today
2026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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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금융가, 텍사스 댈러스로 대이동

[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뉴욕을 기반으로 한 굴지의 투자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텍사스주 댈러스로 사무공간을 옮기거나 새로 짓고 있다. 모건스탠리가 신규 운영 허브 부지로 댈러스를 낙점한 데 이어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도 잇달아 대규모 캠퍼스를 조성하며 이 지역은 ‘월스트리트’에 빗댄 ‘얄스트리트(Y’all Street)’로 불리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 조지아 대신 댈러스 낙점

미국 대형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새 운영 허브 부지로 조지아주 앨퍼레타 대신 텍사스주 댈러스를 최종 선택했다. 댈러스시 문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업타운 지역 2401 맥키니 애비뉴에 70만 9천 평방피트 규모의 신사옥을 지어 2031년부터 16년간 임대해 입주할 계획이다. 개발사 트래멜 크로우(Trammell Crow)가 약 6억 5천만 달러, 모건스탠리가 약 6억 8,400만 달러를 투자해 총 사업비는 13억 달러에 이른다.

댈러스시 의회는 지난 6월 이 프로젝트를 유치하기 위해 1,85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10년간 사업용 자산세 90%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 패키지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신사옥이 완공되기 전까지 모건스탠리는 다운타운의 파운틴플레이스 빌딩에 약 25만 5천 평방피트를 임대해 임시 사무공간으로 쓰기로 하고, 지난 7월 관련 임대 계약도 체결했다.

시 기록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2031년까지 이 부지에서 약 1,500명, 2035년 말까지 3,800명을 고용할 계획이며, 2039년까지 최대 4,800명 규모로 늘어날 수도 있다. 인센티브 협약에는 평균 연봉 11만 달러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다만 모건스탠리 측은 아직 공식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로, 지난 8월 6일 댈러스시 계획위원회가 관련 건축 승인을 처리하면서 프로젝트가 사실상 확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JP모건·웰스파고·뱅크오브아메리카도 잇단 확장

모건스탠리의 신사옥 부지에서 1마일이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골드만삭스가 더 큰 규모의 베팅을 진행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인근 빅토리파크 지역에 80만 평방피트 규모의 캠퍼스를 짓고 있으며, 애초 5억 달러로 책정됐던 사업비는 철강·인건비 상승으로 7억 9백만 달러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캠퍼스는 2026년 말 외관 공사를 마치고 2028년부터 직원들이 입주할 예정이며, 완공 시 5천여 명을 수용해 골드만삭스로서는 뉴욕 본사 다음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 사무실이 된다.

JP모건체이스는 이미 텍사스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보유한 은행이다. 20년 전 댈러스-포트워스 지역 직원이 4천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만 6천 명을 넘어섰고, 텍사스 전체로는 3만 명 이상이 근무한다. 이는 뉴욕 본사 인력(약 2만 4천~2만 8,900명 수준)보다 많은 규모다. 플레이노 레거시웨스트 캠퍼스에만 1만 2,500명이 근무하며 800개 이상의 채용 공고가 열려 있다. 다만 지난 6월에는 소규모 콜센터 운영팀을 다른 거점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244명을 감원하는 일도 있었는데, 이는 전체 인력 규모(약 1만 2천 명)의 2% 수준으로 대규모 확장 기조와는 별개의 조정으로 풀이된다.

웰스파고는 22에이커 부지에 10층 건물 두 동으로 구성된 신캠퍼스를 열어 4,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업타운에 신축 타워를 올려 1천여 명 규모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캐나다계 스코샤뱅크가 빅토리파크 인근에 1천여 개 일자리를 만드는 새 사무실을 짓고 있고, 찰스슈왑은 이미 5년 전 캘리포니아 본사를 인근 웨스트레이크로 옮겨 5천~1만 명 규모 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거래소까지 옮겨간다…”Y’all Street”의 탄생

댈러스의 금융 클러스터는 이제 “월스트리트(Wall Street)”에 빗대 “얄스트리트(Y’all Street)”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남부 특유의 구어체 표현인 “y’all(여러분)”과 월스트리트를 합성한 이 이름은 지역 금융인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상징적 사건은 거래소의 이전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43년 역사를 가진 시카고 거래 부문을 ‘NYSE 텍사스’로 재편해 올해 초 댈러스로 옮겼으며,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00개 이상의 기업이 NYSE 텍사스에 이중 상장했다. 여기에 블랙록·시타델증권·찰스슈왑 등으로부터 1억 6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받은 신생 거래소 텍사스증권거래소(TXSE)도 지난 7월 31일 정식 거래를 시작했으며, 나스닥도 댈러스에 지역 본부를 여는 등 3대 거래소가 동시에 댈러스에 자리 잡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댈러스 지역의 금융업 고용은 크게 늘었으며, 2020년 2월 이후 금융 부문 일자리는 23.2% 증가해 뉴욕(6%대)을 크게 앞질렀다. 뉴욕 재계 인사 캐서린 와일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텍사스의 금융업 종사자는 51만 9천 명으로 뉴욕주(50만 7천 명)를 넘어섰다.

이번 이동의 배경에는 텍사스의 오랜 강점이 자리한다. 소득세와 법인 증권거래세가 없고, 경영진과 이사진을 주주소송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안까지 통과시키는 등 텍사스 주정부가 정책적으로 기업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는 평가다. 에릭 존슨 댈러스 시장은 2023년 재선 이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꾼 인물로, 친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왔다.

여기에 최근 정치적 변수가 더해졌다. 지난해 11월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가 당선되면서,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2%포인트의 시 소득세를 추가 부과하고 법인세율도 인상하겠다는 그의 공약이 금융업계에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지난 3월 뉴욕시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면서 이런 우려를 뒷받침했다.

존슨 시장은 뉴욕에 이제 기업 사회에 노골적으로 적대적이며 고소득층 증세를 밀어붙이는 시장이 들어섰다고 평가하며, 월가 기업들의 텍사스행 ‘눈사태’를 예고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주주서한에서 징벌적 과세가 뉴욕시를 위협하고 있다며 주민과 기업이 “발로 투표한다”고 경고했고,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설립자 역시 공개적으로 맘다니 시장과 각을 세워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월 NYSE의 댈러스 확장 소식에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뉴욕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나쁜 일”이라고 비판하며 이를 맘다니 신임 시장의 시험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탈”이 아니라 “확장”이라는 반론도

다만 이번 흐름을 단순한 ‘엑소더스(exodus·대탈출)’로 규정하기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NPR은 골드만삭스가 댈러스에 아무리 많이 투자하더라도 뉴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텍사스에서 확장하는 다른 금융기관들도 대부분 뉴욕 거점을 유지한 채 ‘추가로’ 거점을 늘리는 방식이라고 짚었다. 골드만삭스 댈러스 사무소를 이끄는 아셈 칼릴 파트너 역시 이런 움직임을 월가에 대한 “습격”이 아니라 “진화”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최상위 경영진 대부분은 여전히 맨해튼에 남아 있고, 신설된 텍사스증권거래소는 아직 첫 상장 기업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팩트체크 매체 팩추얼리(Factually)도 ‘월가 엑소더스’라는 표현이 본사 이전, 대규모 인력 재배치, 법인 등록지 변경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사건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로는 ‘완전한 이탈’보다 ‘전략적 다각화’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분석했다. 텍사스로의 흐름과 별개로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나 캐시 우드의 아크인베스트먼트처럼 플로리다를 택한 사례도 있어, 자금과 인력이 여러 남부 도시로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스위크는 오히려 거래소 유치 같은 상징적 사건보다 더 근본적인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짚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텍사스로 순유입된 인구는 39만 1,243명으로 전체 주 가운데 가장 많았고,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텍사스로 본사를 옮긴 기업은 314곳에 달한다. 금융업이 고객과 자금을 따라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망

업계에서는 댈러스가 뉴욕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시카고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기존 2선 금융 허브를 제치고 ‘제2의 금융 수도’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업타운과 빅토리파크 일대에서는 은행 본진뿐 아니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법률·회계·컨설팅 회사들까지 잇달아 사무공간을 마련하며 2차 파급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뉴욕이 이번 정치적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리고 텍사스가 세제 혜택 외에 얼마나 깊이 있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얄스트리트’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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