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연방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가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새로운 근로 요건을 전면 도입하기 위한 임시 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메디케이드 자격 기준에 수년 만의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예정이어서 미국 전역의 수백만 가입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메멧 오즈(Mehmet Oz) CMS 청장이 공개한 임시 최종 규칙에 따르면, 19세에서 64세 사이의 메디케이드 가입자 중 특정 성인은 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매월 최소 80시간의 근로, 교육, 직업 훈련 또는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80시간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개의 적격 활동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며, 교육 프로그램에 절반 시간(Part-time) 이상 등록하거나 연방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 80시간에 해당하는 금액(2026년 기준 월 580달러) 이상을 버는 경우도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번 규칙은 올해 초 연방 의회를 통과한 ‘근로 가정을 위한 세금 감면법(Working Families Tax Cut)’에 따라 발령됐다. 가입자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면제를 승인하며, 관련 데이터를 보고할 수 있도록 통일된 전국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연방 정부가 규정한 공식적인 근로 요건 시행 시한은 2027년 1월 1일이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저소득층 대상의 ‘오바마케어 메디케이드 확대안’을 도입해 운영 중인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한 43개 주와 워싱턴 D.C.가 이번 신규 규칙의 의무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메디케이드 확대를 도입하지 않은 인근의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비롯해 앨라배마, 플로리다, 캔자스, 미시시피, 테네시, 텍사스, 위스콘신, 와이오밍 등 10개 주는 이번 연방 의무화 조치에서 제외됐다.
의무 적용을 받게 되는 주 정부들은 가입자의 최초 신청 시점과 최소 6개월마다 진행되는 갱신 주기에 맞춰 자격 요건 충족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인디애나와 샬롯 인근의 뉴햄프셔 같은 일부 주는 연방 기준보다 더 엄격한 분기별 확인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만약 시스템상으로 근로 여부가 즉각 검증되지 않을 경우, 주 정부는 해당 가입자에게 면제 사유나 활동 증명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반드시 제공해야 하며,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보장이 중단되거나 박탈된다.
가입자들의 급격한 이탈과 행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CMS는 주 정부의 자격 심사 시스템 현대화를 도울 2억 달러의 보조금과 민간 부문의 기술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새로운 규정에 따라 가입자가 메디케이드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핵심 기준과 면제 조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의무 대상자 여부 확인이다. ▲만 19세~64세 사이의 성인이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근로 능력이 있고(Able-bodied) ▲오바마케어 확대를 통해 메디케이드에 가입한 저소득층 성인이라면 2027년부터 매달 80시간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일반적인 취업 활동 외에도 학교 통학(학업), 직업 훈련 이수, 자원봉사 등도 적격 활동으로 인정된다.
둘째, 근로 의무가 면제되는 예외 조항이다. ▲13세 이하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간병인, 장애인 가족 돌봄 가입자 ▲장애인 등록증 소지자 및 의사 진단서로 증명 가능한 신체 건강 취약자(Medically Frail) ▲약물 및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 참여자 ▲임산부 및 출산 후 산모 등은 의무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전직 위탁 가정 출신 청소년, 미국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 완전 장애 판정을 받은 참전용사, 그리고 푸드스탬프(SNAP)나 빈곤층 임시 지원(TANF)을 통해 이미 유사한 근로 규정을 이행 중인 가입자도 면제 대상에 해당한다.
가입자들은 이러한 의료적·상황적 면제 사유를 증명할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연방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오는 2028년까지는 본인이 직접 진술하는 ‘자가 증명(Self-attestation)’ 방식으로도 유예가 가능하다. CMS는 향후 실시간 의료 청구 등 전자 데이터를 연동한 실시간 검증 시스템을 안착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노스캐롤라이나 거주 가입자의 경우 더욱 엄격한 검증 절차가 적용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정부는 연방 정부가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자가 증명’ 제도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 가입자들은 최초 신청 시 직전 3개월간의 급여 명세서(Paystub)나 재학 증명서 등 증빙 자료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며, 매 6개월 갱신 때마다 지난 기록을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실제 근로 요건을 충족하고 있더라도 관련 서류 보고를 누락할 경우 보험이 즉시 취소될 수 있다.
오즈 CMS 청장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 규칙은 능력이 있는 미국인들이 근로와 교육을 통해 자립 경로를 구축하고 역량을 키우도록 안내하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이들이 메디케이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직장 제공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마땅히 받아야 할 케어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내 필수 공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가 증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위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집행 기관과 공조해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규정이 가져올 거시적 효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크게 엇갈렸다. 미 보건복지부(HHS)의 신규 연구는 고용 시장 상황 등 특정 요인이 뒷받침될 경우 이번 조치로 최대 290만 명의 국민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야당과 보건의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프랭크 팔론(Frank Pallone, 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생활 물가 폭등으로 이미 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실제로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복잡하고 무거운 행정 서류 작업에 파묻혀 건강보험 보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회예산처(CBO)와 카이저가족재단(KFF) 건강 보고서 역시 복잡한 보고 체계와 관료적 장벽으로 인해 오는 2034년까지 최소 480만 명에서 최대 500만 명에 달하는 근로 가능 성인이 메디케이드 수급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