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에 은행 계좌나 보험, 증권 계좌를 두고 있다면 한 번쯤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거래가 끊긴 금융 자산은 ‘미청구 재산(Unclaimed Property)’으로 분류돼 소유자의 동의 없이 주정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별 후 해외 이주, 뒤늦게 알게 된 ‘증발한 목돈’ 최근 배우자와 사별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살던 한 한인은 집을 판 돈을 미국 은행 계좌에 넣어둔 채 오랜 기간 계좌를 사용하지 않았다. 뒤늦게 잔고를 확인하려 했을 때 돈은 이미 계좌에 없었다. 은행이 해당 자산을 주 정부에 이관한 뒤였다. 결국 본인 소유의 돈임을 입증하는 서류를 제출하고 여러 확인 절차를 거친 끝에야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해외에 거주하며 미국 내 자산 관리에 소홀해지기 쉬운 한인들 사이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제도의 정체는 ‘몰수’가 아닌 ‘보관’ 이 제도의 정식 명칭은 ‘에스치트먼트(Escheatment)’다. 은행, 보험사, 증권사, 유틸리티 업체 등 자산을 보유한 기관(‘holder’)은 고객과 일정 기간 연락이 두절되면 법에 따라 해당 자산을 주 정부에 신고하고 넘겨야 한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미청구 재산을 “소유자가 법정 기간 동안 방치한 모든 금융 자산”으로 정의하며, 통상 그 기간을 3년으로 규정했다. 다만 부동산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중요한 점은, 정부가 이 돈의 소유권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이렇게 넘어온 재산을 주인에게 돌려줄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즉 제도의 취지는 ‘몰수’가 아니라 ‘장기 보관 후 반환’이다.
방치 기간, 주마다 자산 종류마다 제각각 이관까지 걸리는 기간, 즉 ‘휴면 기간(dormancy period)’은 주와 자산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르다. 대부분의 주는 은행 계좌나 수표를 5년간 비활성 상태로 두면 귀속 대상으로 분류하지만, 소유자가 몇 년에 한 번이라도 입출금이나 정보 갱신을 하면 그 시점부터 기간이 새로 계산된다. 반면 임금·급여의 경우 대부분 주에서 1년, 노스다코타·펜실베이니아는 2년, 오리건·뉴욕·매사추세츠·메릴랜드·켄터키·오하이오는 3년, 가장 긴 델라웨어는 5년의 휴면 기간을 적용했다. 최근 몇 년간의 추세는 이 기간을 더 짧게 조정하는 쪽이다. 최근 16년 사이 17개 주(관할)가 은행 자산의 휴면 기간을 기존 5~7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2026년, 디지털 자산까지 대상 확대 올해 들어 제도는 한층 더 촘촘해지고 있다. 암호화폐·디지털 자산, 결제 앱, 전자지갑, 스포츠 베팅 계좌 등 새로운 유형의 자산까지 귀속 대상에 포함시키는 주가 늘고 있으며, 소유자에게 보내는 사전 통지문(due diligence letter)의 형식과 시기에 대한 요건도 더욱 엄격해지는 추세다. 또한 여러 주에서 감사(audit) 빈도를 늘리고 있으며, 10년 이상을 소급해 조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주 정부들은 매년 2월 1일을 ‘전국 미청구 재산의 날(National Unclaimed Property Day)’로 정해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 위스콘신주는 한 해에만 약 39만 건, 1억 8,200만 달러를 주인에게 돌려줬다고 밝혔다.
“미국인 7명 중 1명이 해당”…규모 500억 달러
전미미청구재산관리자협회(NAUPA)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의 주 정부들이 보관 중인 미청구 재산 규모는 약 5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미국인 7명 중 1명꼴로 해당되는 수준이다. 캘리포니아 한 주만 해도 보관액이 110억 달러가 넘는다는 발표가 나온 바 있다. 어떻게 찾을 수 있나 방법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주가 참여하는 무료 통합 검색 사이트 MissingMoney.com에서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되는 주와 청구 절차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각 주 정부의 공식 사이트에서 직접 조회·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며, 신분증이나 소셜시큐리티카드 등 소유자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조회와 신청 절차 자체는 어느 주에서도 무료다. 특히 해외로 이주한 뒤 미국 내 계좌를 오래 방치한 교민들의 경우, 주소 변경이나 통지 누락으로 본인도 모르게 자산이 이관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계좌나 보험을 보유하고 있다면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최소 1~2년에 한 번은 로그인이나 소액 거래를 통해 계좌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하고, 정기적으로 MissingMoney.com이나 거주했던 주(州)의 공식 사이트에서 본인 이름을 조회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