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문직 취업비자(H-1B) 프로그램에 대한 전방위적인 규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H-1B 비자 갱신 건수는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고숙련 외국인 인력 유입을 차단하려는 백악관의 정책 기조와 미국 기업들의 실제 인력 수요 사이의 괴리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인력 분석 전문 기업 ‘레이오프헤지(LayoffHedge)’가 미 시민권이민국(USCIS)의 최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6 회계연도(2025년 10월~2026년 9월) 첫 9개월 동안 승인된 고용 연장 목적의 H-1B 청원서는 총 273,0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25 회계연도의 291,542건에 육박하는 수치로, 회계연도 종료까지 석 달이 남은 시점에서 이미 전년도 기록 돌파가 기정사실화됐다. 앞으로 약 1만 9,000건만 추가되면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이 같은 급증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제한 조치 속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정부는 해외 신청자를 대상으로 1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수수료 부과를 추진했으나 지난 6월 연방법원의 제지로 제동이 걸렸다. 아울러 기존의 무작위 추첨식 H-1B 로터리 제도를 폐지하고 고임금 신청자에게 비자를 우선 배분하는 ‘임금 가중 선택제’로의 전환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통계 수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착시 효과에 대한 경계와 실질적 노동시장 규모의 방증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경제혁신그룹(EIG)의 지아신 허 연구원은 “고용 연장 통계에는 실제 비자 갱신뿐만 아니라 승진, 이직, 근무지 변경 등 단순 신분 수정 제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라며 “2025 회계연도 통계만 보더라도 순수 갱신은 11만 8,000여 건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중복 집계된 ‘청원 이벤트’일 뿐이므로 실제 노동 인구의 순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민 제한 옹호 단체인 미국기술근로자연합의 케빈 린 설립자는 “일반 대중은 신규 비자 쿼터인 85,000명이라는 숫자만 인지하지만, 실제 미국 내에서 활동 중인 H-1B 잔존 인력은 그보다 몇 배는 많다”라며 “연례 상한선의 제한을 받지 않는 연장, 이직, 면제 조항들로 인해 연간 상한제 자체가 무력화되고 있으며, 이는 노동 시장의 규제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반박했다.
현재 H-1B 비자는 기술, 엔지니어링, 의료, 금융 등 미국 내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탱하는 주요 인력 공급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권의 법적·정치적 옥죄기 속에서도 2026 회계연도의 비자 갱신 행렬이 사상 최대 규모를 향해 가면서, 이민 장벽을 높이려는 행정부와 우수 인재 유지가 절실한 산업계 간의 긴장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