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감선엽 기] 미국 정부가 비이민 비자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절차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했다. 단순한 서류 심사를 넘어 신청자의 본국 내 피해 경험과 귀국 시 두려움 여부를 묻는 질문이 의무화되면서, 비자 인터뷰가 사실상 ‘사전 난민 심사’ 단계로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28일, 미 국무부는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 새로운 외교 전문을 발송해 비이민 비자 인터뷰 시 두 가지 필수 질문을 추가하도록 지시했다. 질문의 핵심은 ▲본국이나 마지막 거주지에서 위해나 학대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귀국 시 위해를 당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지 여부다.
신규 지침에 따르면 비자 발급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신청자가 이 질문에 반드시 구두로 답변해야 하며, 영사는 이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만약 신청자가 ‘두려움이 있다’고 답하거나 답변을 거부할 경우, 영사는 이를 ‘이민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그 자리에서 즉시 비자 발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번 조치는 관광, 학생, 취업 비자 등을 이용해 미국에 입국한 뒤 현지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사례를 입국 전 단계에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국무부는 지침을 통해 “상당수 외국인이 비자 신청 과정에서 여행 목적을 허위로 진술하고 있다”며 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이민법 전문가들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실제로 박해를 피해 도망쳐온 신청자가 사실대로 답하면 비자가 거절되고, 반대로 거짓으로 답했다가 추후 망명을 신청할 경우 ‘비자 사기’나 ‘위증’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외통수’ 구조라는 지적이다.
비자 인터뷰 자체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격해졌다. 2025년 하반기부터 팬데믹 기간 시행됐던 인터뷰 면제 제도가 대부분 폐지되면서, 현재는 14세 미만 어린이와 79세 이상 고령자를 포함한 거의 모든 신청자가 대면 인터뷰를 받아야 한다.
특히 관광비자(B1/B2)의 경우, 인터뷰 면제 대상이 기존 ‘만료 후 48개월 이내 재신청자’에서 ‘12개월 이내’로 대폭 축소됐다. 사실상 신규 신청자는 물론, 비자 갱신을 앞둔 상당수 인원이 직접 영사 앞에 서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화가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더욱 강화된 ‘국경 봉쇄’ 및 ‘이민 제한’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SNS 심사 강화, 특정 국가 비자 발급 제한 등이 시행된 데 이어 이번 ‘사전 난민 심사’ 질문까지 도입되면서 미국의 입국 문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 비자를 신청하려는 방문객들은 본인의 방문 목적을 증명할 수 있는 더욱 정교한 준비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