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보로, N.C.=김선엽 기자] 미국 저가 항공의 대명사였던 스피릿 항공(Spirit Airlines)이 지난 2일을 기점으로 34년 경영의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제트블루(JetBlue)가 스피릿의 최대 거점이었던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 공항의 노선을 대거 흡수하며 동남부 항공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스피릿 항공은 이란과의 전쟁 여파로 급등한 국제 유가를 견디지 못하고 운영 중단을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5억 달러 규모의 연방 구제 금융안이 채권단에 의해 거부되면서 사실상 회생의 길이 막혔다. 마지막 항공편은 디트로이트를 떠나 달라스-포트워스 공항에 착륙했으며, 이로써 전 미 국내선 좌석의 약 2%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졌다.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인해 전국의 공항에서는 발이 묶인 승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애틀랜타, 라스베이거스, 포트 로더데일 등 스피릿의 비중이 컸던 지역의 타격이 심각했다. 교통부(DOT)는 스피릿 항공이 직접 구매 고객을 위한 환불 예비비를 마련했다고 발표했으나, 제3자 예약 사이트를 이용한 승객들은 개별적으로 환불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제트블루는 스피릿의 운영 중단 발표 직후, 포트 로더데일발 11개 신규 노선을 발표하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번 확장은 제트블루 역사상 단일 공항 기준 최대 규모로, 올여름 일일 운항 횟수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130회에 달할 전망이다.
오는 7월 9일부터 시행되는 신규 노선에는 샬롯, 볼티모어, 시카고, 디트로이트, 휴스턴 등이 포함됐다. 특히 제트블루는 그동안 취항하지 않았던 바랑키야(콜롬비아), 콜럼버스(오하이오), 인디애나폴리스 등 6개 도시에 신규 진입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조아나 게라티 제트블루 CEO는 “중요한 시장의 연결성을 유지하고 요금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게 조치했다”며 실직한 스피릿 직원들에 대한 위로와 채용 가능성도 시사했다.
저가 항공 시장의 한 축이 무너지면서 여행객들의 비용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들은 경쟁자가 사라진 노선에서 항공권 가격이 단기적으로 15~2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책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현 행정부 관계자들은 “바이든 정부 시절 제트블루와 스피릿의 합병을 막았던 결정이 결국 스피릿의 파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강경 외교 정책이 연료비 폭등을 야기해 고사 직전의 항공사에 결정타를 날렸다고 지적했다.
유나이티드, 델타, 사우스웨스트 등 주요 항공사들은 스피릿 예약 확인서를 소지한 승객들에게 편도 200~400달러 수준의 특별 구제 요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타 항공사들은 숙련된 스피릿 승무원과 지상 근무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우선 채용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