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김선엽 기자] 한국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려는 한인이라면 기초연금부터 다시 계산해야 한다. 내년 4월 21일부터는 만 19세 이후 한국에 누적 5년 이상 살지 않은 사람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나이와 소득 요건만 맞으면 거주 기간과 관계없이 받을 수 있었지만, 복수국적자 수급이 급증하면서 법이 바뀌었다. 해외 소득·재산 신고 의무도 함께 생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10월 20일 공포됐다. 거주 요건과 국외 자산 신고 의무는 공포 6개월 뒤인 2027년 4월 21일부터 시행된다. 법은 “19세 이후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하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다. 다만 역사적 이주 배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예외다. 거주 기간을 어떻게 세는지, 예외가 누구에게 적용되는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이번 개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복수국적자 수급 급증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1년 3,621명에서 지난해 8,176명으로 125.8%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에게 지급된 총액은 118억 2,000만 원에서 314억 원으로 2.7배가량 늘었고, 1인당 월평균 지급액도 27만 2,000원에서 32만 원으로 올랐다. 복지부는 복수국적자의 해외 공적연금과 금융자산은 국내 행정망으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득·재산 심사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달라지는 것은 거주 요건만이 아니다. 앞으로 기초연금을 신청하는 사람과 그 배우자는 국내 소득·재산뿐 아니라 국외 소득과 재산도 신고해야 한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국외 소득·재산이 신고 대상이다. 미국 소셜시큐리티 연금, 401(k), 미국 내 부동산·예금 등이 소득인정액 계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앞으로 관건이 된다. 복지부는 “국외 자산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실질적인 경제능력에 부합하는 공정한 기초연금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초연금의 기본 틀은 그대로다. 65세 이상이고, 월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받을 수 있다. 2026년 기준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 원, 부부가구 월 395만 2,000원이다. 월 최대 지급액은 단독가구 34만 9,700원이다. 실제 지급액은 국민연금 수급 여부와 부부 감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2027년 선정기준액과 최대 지급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에서 한국행을 준비하는 한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주 이력이다. 5년은 연속 거주가 아니라 19세 이후 국내 거주 기간을 합산한 누적 5년이다. 젊을 때 한국에서 산 기간도 포함된다. 반대로 미국에서 수십 년 살고 65세가 넘어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기초연금을 기대했다면, 이제는 5년을 채우기 전까지는 받을 수 없다. 이사 시기를 앞당긴다고 해도, 시행일 이후 신청부터 새 요건이 적용된다.
이미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의 처우와 거주 기간 산정 방식 등 세부 사항은 아직 대통령령이 나와야 확정된다. 따라서 “지금 받고 있으니 괜찮다”거나 “5년이 안 되니 아예 안 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본인의 출입국·거주 기록을 먼저 확인하고, 보건복지상담센터(국번 없이 129)나 관할 주민센터에 문의해 본인에게 예외가 적용되는지, 국외 자산을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번 변화는 미국 소셜시큐리티와는 별개다. 한국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충당하는 제도라, 한국에 대한 기여와 거주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취지다. 한국행을 마음먹은 한인이라면 연금뿐 아니라 건강보험, 세금, 미국 연금 수령 방식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