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이민 단속에 이어 합법적인 이민 절차까지 대폭 강화하면서 미국 영주권을 준비하는 수많은 이민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7월부터 인도 출신 신청자의 취업이민 비자 발급이 사실상 중단되고, 신청서의 서명 오류만으로도 영주권 신청이 거부되거나 기각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이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미 국무부가 발표한 2026년 7월 비자 게시판(Visa Bulletin)이다. 국무부에 따르면 인도 출신 신청자의 취업이민 2순위(EB-2)와 투자이민(EB-5) 가운데 일반(비예약·unreserved) 카테고리는 2026 회계연도(9월 30일 종료) 남은 기간 동안 연간 국가별 한도가 모두 소진돼, 더 이상 비자 번호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용불가(unavailable)’ 상태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해당 카테고리의 인도 출신 신청자는 영주권 최종 승인이나 이민비자 발급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는 인도 출신 신청자에 한정된 조치이며, 중국 등 다른 국가는 여전히 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7월 비자 게시판에서 EB-1 인도는 두 달 후퇴해 2022년 10월 15일로 마감일이 조정됐고, EB-1 중국은 두 달 전진했다. 국무부는 EB-2 중국과 EB-3 필리핀 카테고리 역시 수요 증가에 따라 향후 몇 달 내 후퇴하거나 이용불가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USCIS도 기존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심사기준을 유지한다. 취업이민 신분조정(I-485) 신청자는 7월에도 ‘Final Action Dates(최종 승인 가능일)’ 기준을 충족해야만 신청이 가능하며, 아직 우선일자가 도래하지 않은 신청자는 계속 대기해야 한다.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5월 11일 연방관보를 통해 ‘이민 혜택 신청서의 서명(Signatures on Immigration Benefit Requests)’이라는 잠정 최종 규칙(Interim Final Rule)을 발표했다. 이 규정은 7월 10일부터 시행된다.
새 규정에 따르면, USCIS는 신청서를 일단 접수한 뒤라도 유효한 서명이 없다고 판단되면 재량으로 해당 신청을 거부(reject)하거나 기각(deny)할 수 있다. 특히 기각 처리될 경우 USCIS는 이미 납부한 신청 수수료를 환불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으며, 해당 신청은 완전히 심사된 것으로 간주돼 신청인은 요청한 혜택에 대해 자격이 없는 것으로 처리된다. 새 규정은 사후적으로 서명을 정정해 다시 제출하는 ‘치유(cure)’ 절차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그동안 단순 서명 보완으로 해결되던 사례도, 처리 적체로 인해 접수 후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 서명 결함이 발견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연간 발급 한도가 있는 카테고리의 경우, 재신청 시점에는 이미 비자가 소진되었거나 마감 기한이 지났거나 연령 요건을 초과했을 가능성이 있어 사실상 구제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HS는 서명 관련 거부 건수가 2021회계연도 300건에서 2025회계연도 2,953건으로 급증했다고 밝히며, 이번 규정이 위조·복사된 서명 등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청서 제출 전 서명을 포함한 서류를 더욱 꼼꼼히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USCIS는 지난 5월 21일 정책메모(PM-602-0199)를 통해 영주권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이 법적 권리가 아닌 정부의 재량에 따른 ‘행정적 시혜(administrative grace)’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메모는 신분조정이 해외 영사관을 통한 정규 이민비자 절차를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심사관들이 신청자의 법적 자격요건뿐 아니라 이민법 위반 이력, 허위 진술이나 사기 여부, 체류 목적에 어긋나는 행위, 무단 취업 등 부정적 요소와 가족관계·도덕적 품성 등 긍정적 요소를 종합적으로(totality of the circumstances)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법적 요건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영주권 승인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 이민 전문 법무법인들은 메모 발표 당시 USCIS 대변인이 “예외적인 경우에만 신분조정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힌 보도자료 문구가 메모 본문에는 등장하지 않는다며, 실제 메모는 기존 판례(Matter of Blas 등)에 기반한 재량 원칙을 재확인하는 성격이 강하고 신분조정 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전면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거부 시 정황 요인에 대한 서면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절차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이번 조치들은 모두 미국 영주권 제도가 적체 현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취업이민과 가족초청 영주권에 대해 연간 발급 한도를 두고 있으며,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국가와 카테고리에서는 회계연도 종료 전에 발급 가능한 비자가 모두 소진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정책 변화가 한국인을 포함한 합법 이민 신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 인도처럼 비자 발급이 중단된 상황은 아니지만, 서명 규정과 신분조정 재량 강화 등 행정적 요건이 모든 국적의 신청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만큼, 신청서 작성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도 절차 전체를 지연시키거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로운 비자 물량은 오는 10월 1일 시작되는 2027 회계연도부터 다시 배정될 예정이지만, 높은 수요가 계속되는 한 영주권 적체와 심사 강화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