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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1위 약은 비만약이 아니라 항암제였다…키트루다 316억8천만 달러

K Voice Today by K Voice Today
2026년 10월 25일
in Atlanta, 글로벌 뉴스, 로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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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1위 약은 비만약이 아니라 항암제였다…키트루다 316억8천만 달러

[애틀랜타, GA=김선엽 기자]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은 비만약도 당뇨약도 아니다. 항암제 키트루다였다.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2025년 한 해 316억8천만 달러를 팔아 3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켰다. 이 약의 성공 뒤에는 80년 가까이 이어진 항암 치료의 진화가 있다. 융단폭격에서 저격수, 우리 몸의 군대, 유도미사일로 이어진 진화다.

2025년 매출 순위를 보면 2위는 비만·당뇨약 마운자로(229억7천만 달러), 3위는 혈전약 엘리퀴스(224억 달러), 4위는 당뇨약 오젬픽(196억 달러)이었다. 다만 정확한 표현이 필요하다. 이 순위는 단일 품목 기준이다. 마운자로와 젭바운드(티르제파티드 계열)를 합치면 365억 달러로 키트루다를 넘는다. 오젬픽과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계열)를 합쳐도 약 316억 달러로 맞먹는다. “비만약이 졌다”가 아니라 “하나의 약 이름으로는 항암제가 1위”라는 게 맞다.

키트루다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걸린 브레이크를 푸는 약이다. 암세포는 PD-L1이라는 단백질로 면역세포의 PD-1에 신호를 보내 공격을 멈추게 한다. 키트루다는 이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가 다시 암을 공격하게 한다. 2014년 흑색종으로 첫 승인을 받았고, 지금은 40개가 넘는 암종에 쓰인다. 머크 전체 매출 650억 달러 중 절반 가까이가 이 약 하나에서 나온다.

다만 정상도 눈앞이다. 미국 특허가 2028년 만료된다. 유럽은 2031년, 일본은 2032~33년이다. 머크는 2025년 9월 승인받은 피하주사 버전 키트루다 큐렉스로 환자를 전환해 특허 절벽을 넘기려 한다. 정맥주사 30분에서 피하주사 2분으로 투여 시간이 줄었다. 머크는 2028년 정점 매출을 350억 달러로 본다. 유럽에서는 특허 분쟁으로 8개국에서 피하주사 제조 금지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1단계는 융단폭격, 화학항암제다. 1940년대 질소 머스터드에서 시작해 1948년 메토트렉세이트가 소아 백혈병에 쓰였다. 화학항암제는 빠르게 나누는 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뿐 아니라 모낭, 골수, 소화관 점막도 함께 맞는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빠진다. 보통 첫 투여 1~2주 뒤부터 빠지기 시작하고, 대부분 치료가 끝나면 다시 자란다. 두피 냉각 장치는 이 피해를 줄인다. 두피를 차갑게 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약이 모낭에 닿는 양을 줄이는 원리다. 디그니캡(2015년)과 팩스만(2017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2단계는 저격수, 표적항암제다. 1998년 허셉틴은 HER2라는 표적이 있는 유방암만 노렸다. 2001년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원인 유전자만을 겨냥해 백혈병 치료를 바꿨다. 표적이 분명한 환자에겐 효과가 크고, 융단폭격보다 부작용이 적다. 오늘날 대표주자인 폐암 표적약 타그리소는 2025년 72억 달러를 팔았다.

3단계는 우리 몸의 군대, 면역항암제다. 2011년 여보이(CTLA-4)가 먼저 나왔고, 2014년 키트루다와 옵디보(PD-1)가 뒤를 이었다.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이 브레이크 해제 원리를 밝힌 앨리슨과 혼조에게 돌아갔다. 옵디보도 2025년 100억 달러를 팔았다. 세계 1위 약 키트루다는 바로 이 단계의 대표작이다.

4단계는 유도미사일, 항체-약물 접합체(ADC)다. 암세포 표적을 찾는 항체에 강력한 항암제를 매달아, 암세포 안에서만 폭탄을 터뜨린다. 2000년 첫 ADC 마일로탁 이후 한동안 주춤했지만, 2019년 엔허투가 시대를 열었다. 엔허투는 2025년 49억8천만 달러를 팔았고, FDA 승인만 8건이다. ADC 시장 전체는 145억 달러로 커졌고, 10억 달러를 넘는 제품이 6개에 이른다.

다음 물결도 이미 와 있다. 중매쟁이 이중항체는 한쪽 팔로 암세포를, 다른 쪽 팔로 면역세포(T세포)를 잡아 둘을 이어준다. 2014년 블린사이토, 2021년 릴브리반트가 대표적이다. 단백질 분해제는 암 유발 단백질을 막는 게 아니라 세포의 쓰레기 처리 시스템으로 아예 분해해 버린다. 올해 5월 1일 세계 첫 단백질 분해제 베파누가 유방암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기존 치료보다 암 진행 없는 기간이 5.0개월 대 2.1개월로 길었다. 세포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를 꺼내 암을 겨냥하도록 개조해 되돌려주는 CAR-T다. 2017년 킴리아가 첫 승인을 받았다.

한국도 이 진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유한양행 렉라자(성분명 라저티닙)는 2021년 국내 승인을 받았고, 2024년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한국에서 개발한 항암제로는 처음이다. J&J의 이중항체 릴브리반트와 병용해 타그리소보다 사망 위험을 25% 낮췄다. 미국 암 치료 지침(NCCN)에서는 1차 치료 선호요법으로 올라섰다. 이 시리즈가 소개한 ‘기술수출’이 바로 이 구조다. 유한양행은 2018년 얀센에 해외 권리를 넘기고 계약금 5천만 달러, 최대 12억 달러의 단계별 대금, 판매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누적 대금은 3억 달러에 이른다. 릴브리반트 피하주사 버전은 2026년 1월 승인돼 투여 시간이 6시간에서 5분으로 줄었다.

판매 순위가 곧 치료 순위는 아니다. 암 종류와 병기, 유전자 변이에 따라 맞는 약이 다르다. 이 시리즈의 첫 질문, “왜 머리카락이 빠질까”에 대한 답은 곧 1단계 융단폭격의 그림자다. 치료법이 정밀해질수록 그 그림자는 옅어지고 있다.

Tags: ADCCAR-TK-Voice Today단백질 분해제렉라자면역항암제엔허투유한양행이중항체키트루다항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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