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한국에서 번 돈인데 미국 복지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이라면 한 번쯤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하는 배우자가 미국의 가족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보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복지 프로그램에 따라 해외소득과 재정 지원이 자격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외소득을 둘러싼 복지 수급 사례가 확산하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의 정확한 소득 신고와 복지 자격 확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미국에서 일을 안 한다”와 “소득이 없다”는 다르다
미국에 거주하는 배우자가 직업이 없더라도 배우자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나 가족에게 제공하는 재정적 지원이 복지 프로그램의 자격 심사에서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프로그램별 규정과 가구 구성, 세금 신고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 있는 배우자가 매달 일정 금액을 미국 가족에게 송금한다고 해서 무조건 특정 복지 프로그램의 소득으로 간주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한국에서 번 돈이기 때문에 미국 복지 신청에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복지 신청서에는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가구원, 소득, 자산, 재정적 지원 및 기타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신청자가 실제 상황을 숨기거나 허위로 기재해 자격을 얻었다면, 단순한 소득 기준 문제를 넘어 부정수급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 특히 SSI는 소득뿐 아니라 ‘자산’도 본다
한인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생활보조금인 SSI(Supplemental Security Income)다. SSI는 일정한 연령·장애·시각장애 요건과 함께 소득과 자산이 제한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SSA는 은행계좌의 잔액 등 재산도 자격 심사에 반영한다. 더욱이 금융계좌 검증도 강화되고 있다. 사회보장국(SSA)은 금융기관 정보조회인 AFI(Access to Financial Institutions) 시스템을 활용해 신청자와 수급자의 금융계좌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2026년 5월 4일부터는 모든 SSI 신규 수급 승인 건에 대해 금융기관 계좌 검증을 실시하도록 범위가 확대됐다. SSA는 이 제도가 미신고 계좌와 부적격 수급을 찾아내고 부정 지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미국 계좌로 송금되는 돈이 있거나 해외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금액이 크지 않으니 괜찮겠지”라고 판단하기보다 해당 프로그램의 신고 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 해외 체류도 SSI 수급자에게는 중요한 문제
해외에 있는 배우자의 소득뿐 아니라 복지 수급자 본인의 해외 체류도 주의해야 한다. SSA 규정에 따르면 SSI 수급자가 미국 밖에서 30일 이상 연속 체류하면 원칙적으로 SSI 지급 자격에 영향을 받으며, 30일 이상 해외 체류 후에는 다시 미국에 돌아와 일정 기간 실제로 체류해야 지급이 재개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미국에서는 계속 SSI를 받는 경우라면 반드시 SSA에 자신의 체류 상황과 자격 요건을 확인해야 한다.
■ ‘복지 수혜 = 영주권에 불이익’은 아니다
한인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미국의 현행 공적부조(Public Charge) 규정은 정부 복지 혜택을 한 번이라도 받으면 영주권에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 아니다. USCIS의 2022년 최종 규정에 따르면 공적부조 판단에서 주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소득 유지를 위한 현금성 공적부조와 정부 비용으로 제공되는 장기 시설 입원이다. SSI와 TANF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SNAP(푸드스탬프), WIC, 학교 급식 등 대부분의 식품 지원과 일부 주거·에너지 지원 등은 일반적인 Public Charge 판단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지원을 받으면 영주권이 취소된다”는 식의 해석은 정확하지 않다.
■ 그러나 ‘허위 신청’은 완전히 다른 문제
중요한 것은 복지 혜택 자체와 부정수급 또는 허위 신고를 구분하는 것이다. 자격이 되는 사람이 규정에 따라 복지 혜택을 신청하고 받는 것과, 실제 소득·자산·가구 구성 등을 숨기거나 허위로 신고해 자격을 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히 이민 신분을 가진 사람이라면 복지 프로그램의 자격 문제뿐 아니라 허위 진술이나 사기와 관련된 별도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SNAP은 Public Charge 대상이 아니니까 소득을 적지 않아도 된다”거나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은 미국 복지기관이 알 수 없다”는 식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 연방정부의 ‘부정수급·허위청구’ 단속도 강화
정부 차원의 부정수급 및 허위청구 단속 역시 강화되는 분위기다. 법무부(DOJ)는 지난 6월 23일 발표한 전국 의료 사기 단속에서 455명을 기소하고 65억 달러가 넘는 허위 청구와 관련된 사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의사 등 의료 전문직 종사자 90명도 포함됐다. DOJ는 이번 단속에 56개 연방 사법구역과 45개 주 및 미국령, 50개 주 메디케이드 사기 통제기관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HHS 역시 2026년 5월 AERO(Audit Enforcement and Risk Oversight)라는 감사·프로그램 관리 강화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다. AERO는 주정부와 연방 지원금을 받는 기관들의 감사 미이행 및 미해결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으로, 정부 지원금 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만 이러한 연방 차원의 단속을 곧바로 일반 복지 수급자에 대한 대규모 수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합법적으로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혜택을 받는 것과 사기성 청구·허위 신고 사건은 구분해야 한다.
■ 한인 가정이 복지 신청 전 반드시 확인할 5가지
해외에 배우자나 가족이 있거나 한국에서 정기적인 소득이 발생하는 한인 가정이라면 복지 신청 전에 다음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첫째, 한국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해당 복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취급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둘째, 한국 또는 미국에 보유한 은행계좌와 금융자산이 자산 기준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남편·아내·자녀 등 가구원의 소득과 재정적 지원을 어떤 방식으로 신고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넷째, 해외 체류 기간이 복지 수급 자격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복지 프로그램의 자격 문제와 이민법상 Public Charge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구분해야 한다.
특히 SSI처럼 소득과 자산을 함께 심사하는 프로그램은 단순히 미국 내 급여명세서만 보고 자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 “모르면 안 썼다”보다 신청 전에 확인하는 것이 안전
한인 가정에서 해외소득과 미국 복지제도를 둘러싼 가장 큰 위험은 “한국에서 번 돈이니까 미국에서는 소득이 아니다” 또는 “비현금성 복지는 이민에 영향을 주지 않으니 아무렇게나 신청해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이해다.
실제로 어떤 소득이나 송금이 복지 자격 심사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프로그램마다 다르다. 따라서 가족의 상황이 복잡하다면 신청서를 작성하기 전에 해당 복지기관에 직접 문의하고, 이민 신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면 이민법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핵심은 복지 혜택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가 아니라, 자격이 되는지 확인하고 요구되는 정보를 정확하게 신고했느냐에 있다.
한국에서 소득이 발생하거나 배우자가 해외에서 근무하는 한인 가정이라면, 복지 신청 전 소득·자산·가구 구성·해외 체류 여부를 정확히 정리해 두는 것이 불필요한 조사나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