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제인 폰다가 개인적·정치적 역사를 바탕으로 냉전 시절 아버지 헨리 폰다가 참여했던 활동가
조직을 부활시켰다고 CBS 뉴스가 1일 보도했다.
이날 폰다는 1947년 의회의 반공 청문회에 대응해 출범했던 ‘제1차 수정헌법 위원회(Committee for
the First Amendment)’를 21세기 버전으로 재출범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당시 ‘할리우드
10인(Hollywood Ten)’이라 불린 각본가·감독들의 공산당 연루 의혹을 둘러싼 조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새로운 조직의 선언문에는 플로렌스 퓨, 숀 펜, 빌리 아일리시, 페드로 파스칼 등
수백명이 서명했다.
이번 발표는 보수 성향 활동가 찰리 커크가 암살된 뒤, 이를 언급한 방송 진행자 지미 키멜이 abc
방송에서 잠시 정직 처분을 받은 사건 직후 나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다수가 키멜의
해고를 요구했으며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브렌던 카 역시 abc에 조치를 촉구하며 “쉬운 길로
할 수도 있고 어려운 길로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했다.
위원회의 선언문은 “연방정부가 다시금 정부·언론·사법부·학계·연예계를 겨냥한 비판 억압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우리는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자유로운 언론과 표현은 모든
미국인의 양도 불가능한 권리이며 이는 진보든 보수든 관계없다. 권력을 비판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항의하고, 심지어 풍자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이 지향해온 근본”이라고 밝혔다.
선언문에 이름을 올린 550여명 가운데는 알리사 밀라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벤 스틸러, 줄리앤
무어, 릴리 톰린, 맨디 파틴킨, 멜라니 그리피스, 나탈리 포트만, 니콜라스 케이지, 올리비아 와일드,
수전 서랜든, 비올라 데이비스, 우피 골드버그, 위노나 라이더 등이 유명 스타들이 대거 포함됐다.
제인 폰다와 부친 헨리 폰다는 모두 오랜 활동가 경력을 갖고 있다. 제인 폰다는 베트남전 반대
운동으로 유명하며 헨리 폰다는 존 F. 케네디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1960년 대선에서는
선거 광고에도 출연했다.
최근 몇년간 제인 폰다는 기후변화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022년 ‘제인 폰다 기후 PAC(Jane
Fonda Climate PAC)’을 창립해 지방정부와 대선 등 각급 선거에서 ‘기후 챔피언’ 후보들을 지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CBS 뉴스 인터뷰에서 “이것은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 문제”라고
강조했다. 2019년에는 워싱턴DC에서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Fire Drill Fridays)’ 시위를 주도하다
다섯 차례 체포되었고 82세 생일에도 유치장에서 밤을 보냈다. 앞서 그는 1970년 베트남전 반대
연설 투어 중에도 구금된 적이 있었다.
헨리 폰다는 1947년 험프리 보가트, 존 휴스턴, 루실 볼, 프랭크 시나트라 등과 함께 위원회에
참여했다. 당시 위원회는 큰 주목을 받았지만 역사적으로는 짧고 파란만장했다. 보가트 등 일부는
공산주의 동조 의혹을 받았고 ‘할리우드 10인’ 중 몇몇이 실제로 과거 공산당원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곤란을 겪었다. 이듬해 보가트는 ‘포토플레이(Photoplay)’ 잡지에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다(I’m No Communist)’라는 글을 기고하며 배우들이 “항상 과잉 반응한다”고 토로하고 “공산
조직에 이용당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달턴 트럼보 등 할리우드 10인은 연방의회 조사에 협조를 거부해 투옥됐고 이들은 1950년대
이후까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