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22일 기자회견서 밝혀…논란 확산
전문가들 “근거 부족, 치료 회피가 오히려 위험”
임신부의 해열·진통제 사용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연방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2일 임신 중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을 자폐증과 연결지으며 경고 레이블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불필요한
불안이 약물 기피로 이어져 산모·태아 건강에 더 큰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전 세계 해열·진통제 시장의 핵심 성분으로, 제네릭 의약품과 다양한 복합제
형태로 공급돼 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산부가 흔히 복용하는 대표적인 일반의약품(Over The
Counter/OTC)으로 자리 잡았다. 의료계가 강조하는 대목은 ‘사용 맥락’이다. 즉, 적정
용량내에서의 복용은 안전하지만, 과량 복용시 간 손상이나 태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의약품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일부 연구 검토에서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ADHD 위험 증가간의 상관성이 제기됐지만,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족력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자폐증 위험’이라는 프레임을 확산시킬 경우, 임산부의 복용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약품 수요 위축을 넘어, 치료 지연과 합병증 증가라는 사회적
의료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최근 성명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 중 통증 완화에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 임상 지침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산부인과 전문의들도 “치료되지 않은 발열이 태아에 더 큰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약 복용 회피가 불러올 잠재적 리스크를 지적했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는 타이레놀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과학적으로 자폐증과 뚜렷한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켄뷰는 이날 성명을 통해, “독립적이고 신뢰할만한 과학적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증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우리는 이와 반대되는
어떠한 주장에도 강력하게 동의하지 않으며, 이러한 주장이 임신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임신 기간 중 아세트아미노펜은 임신부에게
가장 안전한 진통제다. 복용하지 않으면 열을 치료하지 못해 유산, 자폐증, 선천적 기형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임산부 건강 문제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보여준다.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정책적 경고 조치가 내려질 경우, 시장 위축뿐 아니라
공중보건 전반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의료계는 “임산부는 불필요한 불안에 휘둘리지 말고
필요할 경우 아세트아미노펜을 적정량 복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