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연방중소기업청(SBA)이 지난 8일 위스콘신주 차입자 7,800명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출 부정수급 의심으로 자격정지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SBA가 올해 들어 부정수급 의심으로 자격을 정지시킨 차입자는 캘리포니아·오하이오·미네소타·메인·위스콘신 등 5개 주에서 누적 15만 명, 의심 금액은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백악관 산하 ‘부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와 손잡고 진행 중인 이번 단속은 주 단위로 확대되는 양상이어서, 한인 밀집 지역을 포함한 다른 주로도 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되는 자금은 팬데믹 당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코로나 경제피해재난대출(EIDL)이다. PPP는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급여·직원 수를 기준 삼아 대출금을 산정해 지급했고, 조건을 충족하면 상환 없이 전액 탕감(forgiveness)해주는 방식이었다. EIDL은 팬데믹 피해 사업체에 저리로 운영자금을 빌려준 재난대출이다. 2020~2021년 두 프로그램을 통해 나간 돈은 총 1조 2000억 달러. SBA 감사관실(OIG)은 이 중 최소 2000억 달러, 비율로는 전체의 약 17%가 부정수급이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SBA와 법무부(DOJ)가 실제 기소·환수 근거로 제시해 온 대표적인 부정수급 패턴은 다음과 같다. 아래 항목에 해당하는 사례가 있다면 본인이 알든 모르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직원 수·급여 부풀리기 — 실제보다 많은 직원 수나 높은 급여를 신고해 대출 한도를 늘린 경우. 가짜 급여명세서(IRS Form 941 등)를 함께 제출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 유령 직원·유령 업체 — 실제로 일하지 않은 가족·지인을 직원으로 등록하거나, 운영 실적이 없는 휴면 법인·서류상 회사를 앞세워 대출을 받은 경우.
- 본인도 모르는 신분 도용 피해 — 타인의 사회보장번호(SSN)나 사업자등록번호(EIN)를 몰래 이용해 대출을 신청한 사례. 감사기구(PRAC) 조사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취급된 의심 대출이 54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본인도 모른 채 ‘차입자’로 등록돼 이번 단속에서 자격정지 통보를 받는 무고한 피해자도 있을 수 있다.
- 용도 외 유용 — 급여·임대료·공과금 등 승인된 용도가 아니라 개인 사치품 구매, 여행, 암호화폐·주식 투자 등에 자금을 쓴 경우.
- 중복 대출(loan stacking) — 같은 인건비 항목을 근거로 PPP와 EIDL을 동시에, 또는 여러 은행에서 사업자명을 바꿔가며 중복으로 받은 경우.
- 허위 탕감 신청 — 실제로 유지하지 않은 직원을 유지한 것처럼 꾸며 대출 전액 탕감을 신청한 경우.
SBA는 이런 패턴을 걸러내기 위해 국세청(IRS) 세금 신고 자료, 주정부 사업자 등록 정보, 급여대행사 데이터와 대출 신청 내용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신청 6개월 만에 연 매출 200만 달러를 신고하는 등 통계적으로 이상한 패턴을 인공지능(AI) 분석으로 걸러내고 있다. 15만 원 이상 대출은 의무 감사 대상이며, 소액 대출도 무작위 감사를 받는다.
본인이 억울하게 자격정지 통보를 받았다면 — SBA는 신분 도용 피해자를 위한 별도 구제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 발급 신분증, FTC에 제출한 신분도용신고서 등을 갖춰 PPP는 PPPIDTheftInquiries@sba.gov, EIDL은 IDTheftRecords@sba.gov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위스콘신 이전까지의 진행 상황
- 미네소타(올 초): 차입자 6,900명(대출 7,900건, 약 4억 달러) 자격정지. 미네소타는 별도로 사회복지 프로그램 부정수급 의혹으로 약 100명이 기소된 상태였다.
- 캘리포니아(2월): 차입자 11만 1,620명(대출 11만 8,489건, 86억 달러) 자격정지로 단일 주 최대 규모 기록.
- 오하이오(6월): 차입자 2만 7,486명(약 11억 달러) 자격정지. 별도로 140만 달러 규모 코로나 구호자금 편취 혐의로 4명이 공모죄 기소됐다.
- 메인: 차입자 1,500명(9,300만 달러) 자격정지.
- 위스콘신(7월 8일, 최신): 차입자 7,800명(3억 7,500만 달러) 자격정지.
자격이 정지된 차입자는 향후 SBA의 소상공인·재난대출은 물론 8(a) 사업개발 프로그램 같은 연방 조달 우대 프로그램에서도 배제된다.
재무부·법무부로 이어지는 후속 조치
SBA의 자격정지 조치와 별개로, 지난 4월 24일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이미 부정수급 의심으로 적발됐음에도 징수·수사 절차가 밟히지 않았던 대출 56만 2,000건(연체액 222억 달러)이 재무부로 일괄 이관됐다. SBA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관 조치였다. 이관된 정보는 법무부에도 넘겨져 형사 수사의 토대가 됐다.
형사 처벌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휴면 법인 18곳을 이용해 1,150만 달러를 부정수급한 일가족·공범 4명 중 마지막 피고인에게 8년형이 선고됐다. 4월에는 애리조나에서 가상의 아마추어 농구 리그를 앞세워 100만 달러 이상을 받아 암호화폐 매입 등에 쓴 인물이 유죄를 인정했다. 매사추세츠·플로리다 등지에서는 대출금의 30%를 리베이트로 챙긴 브로커 조직 관련자들이 공모죄로 기소됐다.
배경: 이번 단속이 ‘새 것’은 아니다
이번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이 처음 시작된 조사는 아니다. SBA 감사관실은 이미 2023년까지 자체적으로 1,011건 기소, 803명 체포, 529명 유죄판결을 이끌어냈고 30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환수·압류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출범한 백악관 ‘부정행위 근절 태스크포스'(JD 밴스 부통령·앤드루 퍼거슨 FTC 위원장 공동 주도)가 기존 조사를 대폭 확대·가속화한 것이다. SBA는 시민권·생년월일 검증 절차를 새로 도입했고,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해 전국 단위 조사망을 넓히고 있다.
SBA는 남은 주에 대한 조사를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자격정지·형사기소 명단은 앞으로도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지금까지 조사가 이뤄진 주가 상대적으로 민주당 우세 지역에 집중돼 있어 조사의 형평성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한인 소상공인이 많은 캘리포니아는 이미 최대 규모 조사가 이뤄진 상태이며, 팬데믹 당시 PPP·EIDL을 받은 이력이 있는 업주라면 본인의 대출 서류(직원 수·급여 신고 내역 등)를 미리 점검해 두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