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1~6월)는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기후·기상 재해 피해가 발생한 기간으로 집계됐다. 이는 비영리 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 이 22일 발표한 분석 결과다. 22일 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데이터는 원래 미해양대기청(NOAA)이 관리하던 자료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봄에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미국민은 이같은 정보를 더 이상 접할 수 없게 될 뻔했다. NOAA에서 해당 연구를 이끌던 애덤 스미스 박사는 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사임했고 이후 클라이밋 센트럴에 합류해 데이터베이스를 새로 구축했다.
클라이밋 센트럴의 새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에서는 10억 달러 이상 피해를 낳은 재해가 14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1월 로스앤젤레스 대형 산불이 단연 최대 규모로, 피해액은 610억 달러를 넘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불 재해로 기록됐다.
보고서는 극단적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인구가 산불·홍수 등 고위험 지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피해액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NOAA의 기존 프로그램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규모를 정기적으로 집계해 온 주요 데이터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예산 삭감과 함께 기후 과학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해당 데이터베이스도 사라졌다.
클라이밋 센트럴 데이터 분석가 제니퍼 브래디는 “이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후변화의 이야기이자 사람들이 어디에서 어떤 위험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었다”며 “우리가 직접 되살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NOAA의 해당 프로젝트는 정치적으로 논쟁이 컸다. 2024년 공화당 연방하원의원들은 NOAA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기만적인 데이터”라고 비판했다. 반면 연방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NOAA가 데이터를 공개하고 매년 2회 업데이트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통과 가능성은 낮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NBC 뉴스에 “데이터 산정 방식의 불확실성 때문에 NOAA가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연간 약 30만 달러가 소요되고, 정책 결정에 실질적 효용이 없는 정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 데이터는 종종 ‘기후변화가 재해를 더 잦고, 극단적이고, 비용이 많이 들게 만든다’는 일방적 내러티브를 강화하는데 이용된다”고 말했다.
브래디는 이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는 인구 증가나 기후 변동성 같은 요인을 언제나 고려해왔다”며 “이번에 재구축한 데이터도 NOAA 시절과 동일한 방법론과 자료원(홍수보험청, NOAA 폭풍 데이터, 민간 보험자료 등)을 사용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직접 피해비용’(건물·인프라·농작물 피해) 만을 산정했으며, 인명 피해나 건강 비용, 산림·습지 등 자연자본 손실은 제외됐다. 2025년 상반기 분석만으로도 올해는 허리케인이 상륙하지 않았음에도 사상 최고 수준의 피해액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클라이밋 센트럴은 전망했다.
NOAA에 따르면 지난해(2024년) 미국에서는 10억달러 이상 피해를 낳은 재해가 27건으로, 총 피해액은 1,827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기후 과학 프로그램 축소로 해고된 NOAA 연구원 일부는 ‘climate.us’ 라는 새 비영리 사이트를 설립해 기존 연방 정부 웹사이트(climate.gov)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 사이트를 공동 설립한 전 NOAA 편집자 레베카 린지는 “우리는 사라질 뻔한 정보를 구출하고 있다”며 “국민이 기후 문제에 대한 신뢰할 만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