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동화된 스팸 전화(로보콜/robocall)와 문자(로보텍스트/robotext)가 폭증하고 있다.
매일 수천만건의 불법 전화와 메시지가 소비자들에게 쏟아지고 있으며 상당수는 개인 정보나 금전을 빼앗기 위한 사기 목적이라고 CBS 뉴스가 17일 보도했다.
미소비자단체 ‘PIRG 교육기금(U.S. PIRG Education Fund)’이 최근 발표한 새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미국인들은 월평균 25억 6천만건의 로보콜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월평균 21억 4천만건에서 약 20% 증가한 수치로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보고서는 로보콜 차단 업체 ‘유메일(YouMail)’의 데이터를 분석해 작성됐다. PIRG는 “사기 전화와 텔레마케팅이 각종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라며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등록된 9,242개 통신사 중 절반도 안되는 44%만이 차단 기술을 완전히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자동화 문자 메시지(로보텍스트)는 전화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2021년 연방정부의 로보콜 단속 강화 이후 사기꾼들이 문자로 이동하면서, 연간 로보텍스트 건수는 2021년 70억건에서 2024년에는 약 190억건으로 3배 가까이 폭증했다.
휴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1은 하루에 1통 이상 사기 전화를 받고 5명 중 1명은 매일 1건 이상의 사기 문자를 받는다고 답했다.
PIRG의 테레사 머레이 소비자감시 디렉터는 “이런 전화와 문자는 저비용·고수익 구조기 때문에 일부라도 성공하는 한 사기꾼들은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기의 주요 유형은 ▲연방국세청(IRS) 및 은행 사칭형: 세금 신고 시즌에 IRS이나 세무대행업체를 사칭하거나, 은행·카드사로 위장해 계좌정보를 탈취 ▲채무 공포형: 미납 대출금 경고나 가짜 부채 탕감 제안을 통해 금전 유도 ▲택배 사기형: 우체국·FedEx·UPS를 사칭해 ‘배송 문제 발생’ 문자를 보내며, 링크 클릭시 금전 결제 유도 등이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 4명 중 1명은 실제로 개인정보를 유출당한 경험이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더욱 커졌다. PIRG는 “AI가 자동화된 메시지 발송과 음성 합성을 통해 수천명에게 동시에 정교한 사기 문자를 보낼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머레이는 “사기범들은 언제나 규제당국과 통신사보다 몇 단계 앞서 있다”고 경고했다. AI 음성 복제(voice cloning)를 활용해 가족이나 공무원으로 위장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PIRG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화 사기 피해 금액은 2024년 상반기 대비 16%나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피해자는 평균 3,690달러를 전화 사기에서, 1,452달러를 문자 사기에서 잃었다.
연방의회는 2019년 ‘TRACED법(Spam Robocall 규제법)’을 통과시켜 FCC가 통신사들에 발신자 인증(caller ID authentication) 기술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그러나 PIRG 조사에 따르면, 2025년 9월 28일 기준으로 완전한 차단 시스템을 갖춘 통신사는 44%에 불과, 오히려 지난해(47%)보다 감소했다.
보고서는 “연방 차원의 첫 규제가 시행된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전화번호 표시를 믿을 수 없고 중요한 전화를 놓칠까 걱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확산으로 사기 패턴이 급변하는 만큼, 정부와 통신사가 대응 속도를 높이지 않으면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머레이 디렉터는 “AI가 만든 가짜 음성과 자동문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으며 막지 않는 한 미국인의 휴대전화는 매일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다시한번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