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연방국방부(전쟁부)가 새롭게 도입한 언론 출입 제한 규정을 거부하고 펜타곤 출입 기자증을 반납할 준비에 들어갔다.
기자단 대표단체는 이번 조치가 “표면적으로 명백히 ‘미 헌법 수정 제1조(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5대 방송 네트워크(abc, CBS, NBC, Fox, PBS)는 14일 공동성명을 통해 “오늘 우리는 거의 모든 주요 언론사들과 함께 국방부의 새로운 요구 사항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 정책은 기자들이 국가와 세계에 중요한 안보 사안을 알리는 능력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정책은 전례가 없으며 핵심적인 언론 보호 원칙을 위협한다”면서 “우리는 수십년간 그래왔듯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원칙을 지키며 미군을 계속 취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방송을 비롯해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워싱턴포스트(The Washington Post), 폭스뉴스(Fox News), 뉴스맥스(Newsmax), 뉴스네이션(NewsNation), 더힐(The Hill) 등 다수의 언론사가 이번 ‘국방부 보도 제한 합의서’ 서명을 거부했다.
국방부는 지난 9월 기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기밀 또는 통제된 비기밀 정보’ 공개 전 반드시 사전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요구했다. 문서에는 “비록 비밀이 아니더라도 모든 정보는 공개 전 승인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기자들은 15일 오후 5시까지 서명하도록 통보받았다. CBS뉴스의 데이빗 마틴 국가안보 담당 기자는 “40년 동안 펜타곤의 복도를 직접 걸으며 취재해왔다. 현장에 있지 않고는 이야기를 제대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펜타곤을 직접 드나들며 만난 사람들을 통해 얻는 정보가 중요하다. 그들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알아낸 적도 있다. 그게 기자의 역할이다. 바로 그 점이 지금 차단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펜타곤 기자협회(Pentagon Press Association)도 13일 성명에서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취임 당시, 국방부는 ‘역사상 가장 투명한 국방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이후 실제로는 정보 접근을 체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는 군 내부의 성폭력, 이해충돌, 부패, 낭비와 사기 등 국민이 알아야 할 사안에 대한 접근을 정부가 사전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전 출신 앵커가 있는 폭스뉴스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이 거부 입장을 밝혔지만, 보수 성향의 원아메리카뉴스(OAN)는 정책에 동의했다. OAN의 찰스 헤링 대표는 CBS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법률 검토를 거친 결과, 수정된 정책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현재 CBS뉴스를 포함한 주요 언론사들은 펜타곤내 지정된 기자실과 제한된 출입증을 통해 현장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새 정책은 언론사를 다른 공간으로 이전시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새 규정이 시행되면 기자들은 익명 군 소식통 인용이 제한되고 이를 어길 경우 국방부 출입권이 취소될 위험이 있다.
이와관련, CBS뉴스의 펜타곤 담당 기자 엘리너 왓슨은 “비록 카메라가 꺼지더라도, 우리는 국방부를 감시하고 보도할 책임을 계속할 것이다. 공익을 위한 보도의 가치는 그 자체로 남는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