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사태가 항공 운항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항공관제 인력
부족으로 전국 주요 공항에서 지연이 잇따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관제탑이 완전히 문을 닫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CNN 등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버뱅크 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한
조종사는 6일, 관제탑에 평소처럼 교신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은 “인력 문제로 관제탑이
폐쇄됐다”는 것이었다. 이 교신 내용은 항공무선 전문 사이트 ‘LiveATC.net’에 녹음돼 공개됐다.
연방항공국(FAA)에 따르면, 6일 밤 기준으로 총 12곳의 관제시설에서 인력 부족이 보고됐다. 버뱅크,
피닉스, 덴버 공항의 관제탑이 공식적으로 ‘인력 트리거(staffing triggers)’ 경보를 기록했으며,
뉴저지주 뉴왁, 플로리다주 잭슨빌, 일리노이주 시카고, 워싱턴 D.C., 인디애나폴리스 인근
관제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버뱅크 공항이었다. 이날 오후 4시15분쯤 관제탑이 완전히 폐쇄되면서
항공기들은 통상 관제시설이 없는 소형 공항에서 사용하는 절차에 따라 자율 운항해야 했다. 당시
지연 시간은 최대 2시간 30분에 달했다.
덴버 국제공항과 뉴왁 리버티 국제공항에서는 관제 대응이 어려워지자 지상 대기 명령이 내려졌고
일정 기간 동안 이륙이 금지됐다. 두 공항 모두 유나이티드항공의 주요 허브지만 유나이티드 측은
CNN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션 더피(Sean Duffy) 연방교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셧다운 이후 병가를 내는 관제사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뉴왁 관제탑 근무자들을 만난 뒤 “이들은 지금 비행기보다도
‘담보대출은 어떻게 갚나, 자동차 할부금은 어떻게 내나’를 걱정하고 있다”며 “스트레스는 분명히 더
커졌지만, 공역(airspace)의 안전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피 장관은 “정부는 항공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병가가 더 늘면 안전
수준에 맞춰 항공 운항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발생한 항공 지연
사태를 예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5일간 셧다운을 겪은 바 있다. 당시 10명의 관제사가
결근하자 전국 항공편이 마비됐고 공항 보안검색요원(TSA)들도 병가를 내면서 장사진이 이어졌다.
이 사태가 결국 셧다운 종료를 앞당겼다. 연방법상 항공관제사들의 집단행동이나 파업은 금지되어
있지만 인력 여유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소수의 직원만 결근해도 항공 운항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한다.
더피 장관은 “일부 직원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우버 운전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들은
오늘도 비행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셧다운이 끝나야 한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전국항공관제사협회(National Air Traffic Controllers Association/NATCA)는 이번 사태가 “수십년간
누적된 인력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성명에서 “하루에도 일부 관제사가 병가를 내는 것은 흔한
일이나, 이번 사태는 인력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며 “현재 1만 1천명의 인증
관제사들이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수백만명의 승객을 안전하게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셧다운 기간 동안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셧다운 장기화로 ‘중요 항공 서비스(Essential Air Service/EAS)’ 보조금도 오는 13일 만료될
예정이다. 이 제도는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중소 도시 노선을 유지하도록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으로, 교통부는 “모든 예산을 소진했다”며 FAA 자금을 미리 끌어다 쓰는 등
연장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더피 장관은 “알래스카는 도로가 거의 없어 항공이 유일한 교통수단인데, 이 제도 종료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결국 모든 주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AA가 지난해 의뢰한 ‘전국 항공공역 안전검토팀(National Airspace System Safety Review Team)’
보고서에 따르면, 셧다운은 FAA의 핵심 임무 수행 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의회의 반복적 예산 중단은 관제사 채용과 교육을 지연시키고 첨단 기술 현대화 사업과 수천건의
항공 인프라 투자를 늦췄다. FAA가 장기적 경영계획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5.2%를 책임지는 항공안전체계는 1년 365일, 24시간 가동돼야 하며, 결코
예산 공백을 겪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