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김선엽 기자] 조산 증세를 보인 미국 국적의 한인 고위험 임신부가 한국 방문 중 수용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해 4시간 동안 도로 위를 전전하다 쌍둥이 자녀 한 명을 잃는 참변이 발생했다.
지난 7일 대구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던 미국 국적의 한인 산모 A씨가 복통 등 조산 징후를 보여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구 지역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 7곳은 전문의 부재와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 부족을 이유로 산모의 수용을 거부했다.
현장에서 1시간가량 이송 병원을 수소문하던 구급대는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산모의 남편이 직접 승용차를 운전해 평소 진료를 받아온 수도권 병원으로 향했다. 이동 과정에서 양수가 터지고 산모의 혈압이 급격히 저하되는 등 위급한 상황이 이어졌으며, 충북 음성 인근에서 구급차를 교체해 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신고 4시간 만에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의료진은 즉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으나, 쌍둥이 중 한 명은 저산소증으로 출생 직후 숨졌다. 살아남은 다른 한 명 역시 심각한 뇌 손상을 입어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산모는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응급환자 사망 사건 이후 도입된 ‘책임형 응급의료 체계’가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 응급 상황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인식하고 응급환자 이송 체계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족 측은 국가와 관련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