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30여 년 만에 1센트짜리 동전(페니·Penny) 생산을 공식 중단했다.
미 재무부 산하 조폐국(United States Mint)은 지난 12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조폐공장에서 ‘1센트 동전의 마지막 주조식(Ceremonial Final Strike)’을 개최하며, 일반 유통용 페니 생산 종료를 선언했다.
“만드는 데 3.69센트”…경제성 사라진 동전
조폐국이 이번 결정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제작 비용의 비효율성이다. 조폐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페니 한 개를 생산하는 데 평균 3.69센트의 비용이 들었다. 즉, 액면가(1센트)의 3배 이상 제작비가 발생해 막대한 손실이 이어졌다.
조폐국 관계자는 “구리와 아연 가격 상승, 물류·인건비 부담이 누적되면서 더 이상 지속 가능한 구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매년 페니 생산에만 약 1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통화’ 지위는 유지…유통 중인 페니는 여전히 사용 가능
이번 조치는 신규 생산 중단을 의미하며, 이미 시중에 유통 중인 1센트 동전은 법정통화(Legal Tender) 지위를 유지한다. 즉, 상점과 은행 등에서는 기존의 페니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유통되는 동전 총량은 서서히 감소할 전망이다. 재무부 관계자는 “국민이 보유한 동전은 여전히 유효하며, 거래상에서 사용을 금지하거나 회수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결제 확산도 ‘페니 종말’ 앞당겨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단순한 비용 절감 조치 이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카드, 모바일 결제 등 전자거래 비율이 급증하면서, 소액 동전의 실질적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 소매협회(NRF)는 “소비자 결제의 80% 이상이 비현금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금 거래 감소로 인해 1센트 단위 가격 표시 자체가 의미를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 캐나다(2012), 호주(1992), 뉴질랜드(1989) 등 주요 영어권 국가들도 페니에 해당하는 최소 단위 동전 생산을 중단하고, 결제 시 ‘5센트 단위 반올림 제도(rounding system)’를 도입한 바 있다. 미국도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역사적 전환점”…230년 이어온 전통의 마침표
미국의 1센트 동전은 1793년 최초로 주조된 이후 230년 넘게 국민 화폐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1909년부터는 링컨 대통령의 초상화가 새겨진 ‘링컨 페니’로 제작되어, 미국 화폐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디자인으로 꼽힌다. 이번 ‘마지막 주조식’에는 조폐국장 비안카 톨슨, 재무부 장관 재닛 옐런, 전직 조폐국 관계자 등이 참석해 역사적 의미를 기념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주조된 ‘2025년형 링컨 페니’ 일부는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영구 보관될 예정이다.
향후 전망
1센트 동전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미국 내 가격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편의점·식당 체인들은 이미 ‘페니 반올림’ 결제 방식을 시범 도입 중이며, 전자결제 확대 정책과 맞물려 동전 없는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 출처:
U.S. Mint 공식 보도자료 (2025년 11월 12일자)
Reuters, Associated Press, Financial Times, Business Insider
Wikipedia ‘Penny debate in the United Sta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