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삼양아메리카가 브라질에 자회사를 세웠다. 한국 라면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 마켓과 코스트코 매대를 점령한 데 이어, 이제 미국법인을 발판 삼아 중남미까지 영토를 넓히는 모습이다. 미국 한인사회에도 익숙한 ‘불닭볶음면’의 다음 무대는 브라질과 멕시코가 될 전망이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달 미국법인 삼양아메리카의 자회사 형태로 브라질 법인을 설립하고 자본금 납입까지 마쳐 설립 절차를 완료했다. 그동안 삼양아메리카 내부에 별도 팀을 두고 관리해온 중남미 사업을, 이제는 현지 법인을 세워 직접 챙기는 단계로 격상시킨 것이다.
LA의 ‘삼양아메리카’가 그린 큰 그림
이번 브라질 법인은 삼양아메리카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사실상 미국법인이 중남미 확장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삼양아메리카는 지난 3월 내부에 ‘라틴아메리카(LATAM)팀’을 신설하며 중남미 시장 관리를 본격화했고, 이번 브라질 법인 설립으로 5개월 만에 조직을 한 단계 더 키웠다.
현재 삼양아메리카가 관할하는 중남미 국가는 멕시코, 브라질,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등 총 15개국에 달한다.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삼양의 해외사업이 이제 중남미 전역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로 확장된 것이다.
브라질 법인 자체는 제품을 직접 파는 판매법인이 아니라, 시장조사와 소비자 분석, 마케팅을 담당하는 서비스법인이다. 향후 불닭을 비롯한 삼양 제품이 중남미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멕시코 코스트코·OXXO에도 등장한 불닭
미국 코스트코에서 불닭을 사던 소비자라면 반가울 소식이 하나 더 있다. 국경 너머 멕시코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도 이미 불닭 까르보나라가 판매되고 있고, 멕시코 최대 편의점 체인 OXXO 매장에서도 불닭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삼양아메리카는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북부 중남미 영업총괄’ 등 현지 인력 채용에 나서며 영업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 총괄 인력은 멕시코는 물론 중앙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까지 담당하며, 미국법인의 중남미·캐나다 사업관리팀과 손발을 맞춰 신규 국가 진출까지 추진한다.
즉 미국에서 시작된 유통·마케팅 노하우가 국경을 넘어 그대로 중남미에 이식되고 있는 구조다.
왜 브라질일까
브라질은 중남미 최대 소비시장이자, 매운맛에 대한 수요가 이미 형성돼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여기에 한류와 K푸드 열풍이 겹치면서 불닭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로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집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브라질 라면 수출액은 187만5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4.1% 급증했다.
미국에서 매운맛 챌린지와 SNS를 타고 불닭이 대중문화의 일부가 됐던 흐름이, 이제 중남미에서도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시장서 검증된 K라면, 이제는 경쟁의 무대로
다만 중남미 시장을 노리는 건 삼양뿐만이 아니다. 국내 라면 1위 농심도 브라질을 비롯해 미국·멕시코·중국·일본·영국·인도 등을 7대 전략국가로 정해 공략 중이고, 일본의 원조 라면기업 닛신 역시 자국 브라질 법인을 통해 ‘K라면’ 스타일 제품을 내놓으며 뛰어들었다. 미국 시장에서 이미 한 차례 격돌했던 한국 라면업체들의 경쟁이, 이제 중남미라는 새로운 전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미국발 성장세, 3조 클럽 눈앞
삼양식품의 이 같은 공격적인 확장은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2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7% 성장한 6458억원으로 분기 기준 처음 6000억원을 넘었고, 상반기 누적 해외 매출도 42.4% 늘어난 1조2308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삼양식품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매출 3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서 자란 K라면, 중남미로
미국 한인 이민 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한국 식품기업이 이제 미국을 교두보 삼아 또 다른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재미동포들에게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LA에서 세워진 삼양아메리카가 브라질 법인의 모회사가 됐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 한인사회가 일궈온 K푸드 확산의 성과가 다음 단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