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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120학점 공식 깨진다” … 미 대학가 ‘90학점 3년제 학사’ 확산 바람

조지아주 공립대 90학점 학사 승인 … IT·보건·기술 실무 학과 우선 적용

K Voice Today by K Voice Today
2026년 09월 03일
in Atlanta, 로컬뉴스
0
“4년·120학점 공식 깨진다” … 미 대학가 ‘90학점 3년제 학사’ 확산 바람

[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대학 교육을 100년 넘게 지배해 온 ‘4년 8학기, 120학점’ 표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조지아주 내 26개 공립 대학을 관리·감독하는 조지아 주립대학교 시스템(USG) 이사회는 최근 특정 전문·기술 학과를 대상으로 총 90학점만 이수하면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기존 120학점 체제와 비교했을 때 취득 학점과 이수 기간을 약 25% 줄인 혁신적 시도다.

소니 퍼듀(Sonny Perdue) USG 총장은 이번 조치에 대해 “학위 취득 기간을 단축함으로써 학생들의 학비와 채무 부담을 줄이고, 현장에 필요한 인재를 빠르게 사회로 배출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퍼듀 총장은 이어 “모든 전통 학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수요가 높은 기술 및 응용 분야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며 “특히 직장 경력이 있는 성인 학습자, 군 전역자 등 비전통적 학생들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진행되나 … 실무 중심 학과·지역 주립대 우선 적용

이번 USG 이사회의 승인은 모든 대학과 학과를 일률적으로 3년제로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조건과 요건을 갖춘 개별 대학이 90학점 기준에 맞춘 커리큘럼을 제출하면 이사회가 심의해 개설을 허용해 주는 ‘규제 완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적용 대상 역시 학문 중심의 일반 학사(BA/BS)가 아닌 정보기술(IT), 사이버 보안, 응용 보건학, 응용 기술 경영 등 현장 수요가 높은 ‘응용과학학사(BAS)’ 과정에 국한된다.

대학가에서는 조지아대(UGA)나 조지아텍(Georgia Tech) 같은 전통 연구 중심 종합대학보다는, 실무 및 응용 학과 비중이 높은 조지아 귀넷 칼리지(GGC), 케네소 주립대(KSU), 클레이턴 주립대 등 지역 주립대 및 주립 칼리지들을 중심으로 90학점 학위 신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대학이 재설계한 커리큘럼을 제출하고 승인받는 순서대로 신입생 및 편입생 모집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국으로 번지는 ‘3년제 학사’ 바람 … 미 50여 개 대학 동참

최근 교육계에서 주목받는 변화는 여름학기나 고교 학점 선이수(AP)를 통해 조기 졸업하는 개인적 트랙을 넘어, 학위 과정 자체의 구조 개편을 통해 전체 이수 학점을 90~96학점으로 줄여주는 ‘교육과정 재설계형 3년제 학사(90-Credit Degree)’다.

싱크탱크 랜드(RAND) 연구소와 미국 고등교육 평가 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로드아일랜드의 존슨앤웨일스 대학교(Johnson & Wales University), 메리맥 칼리지(Merrimack College), 린치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Lynchburg), 유타주의 엔사인 리지(Ensign College) 등 미 전역 48개 이상 대학에서 이미 100여 개가 넘는 90~96학점 기반 3년제 학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승인받아 시행 중이다.

이들 대학은 전공과 무관한 선택과목(Electives) 비중을 줄이고 핵심 전공 및 실무 중심 교육과정 위주로 재구성함으로써, 평상시 6학기(3년) 만에 정상 졸업할 수 있도록 설계를 개편했다.

교육계 반응: “효율적 실용성” vs “대학 본연의 가치 훼손”

학계와 대학 현장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긍정적 입장을 보이는 교육 전문가들은 대학 교육의 본질을 ‘시간’이 아닌 ‘역량’으로 본다. 4년이라는 정해진 기간을 채우는 것보다 무엇을 배우고 어떤 실무 능력을 갖추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폭등하는 등록금과 학자금 대출 채무 위기 속에서, 3년제 학사는 비용 감축이라는 실질적 대안을 제공한다.

반면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대학교수협회(AAUP) 등 학술 단체들은 섣부른 학점 축소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학은 직업 기술을 습득하는 학원이 아니라, 다양한 교양 과목을 접하고 질문과 토론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과 세계관을 넓히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교양이나 선택과목이 단축될 경우 인문학적 소양이나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의학·법학 대학원 진학이나 CPA(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 취득 시 요구되는 필수 이수 학점 충족 여부도 점검해야 할 과제다.

남부대학학교대학교육위원회(SACSCOC) 스티븐 프루이트(Stephen Pruitt) 회장은 “목표는 전통적인 4년제 학사를 완전히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학들이 책임감 있게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통로를 열어주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4년·120학점’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학문적 깊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미 대학가의 실험이 고등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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