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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예빈이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었어요”

서울대 출신 32세 한인 여성, SF 마켓가서 트럭에 참변…유족 "부당사망 소송 검토"

K Voice Today by K Voice Today
2026년 09월 01일
in Atlanta, 내셔널 뉴스, 로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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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5일, 예빈이가 집에 오기로 한 날이었어요”

[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지난 8월 7일 아침, 샌프란시스코 도심 마켓 스트리트에서 전동 스쿠터로 출근하던 32세 한인 여성이 상업용 트럭에 치여 숨졌다. 사망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태양광기업 한화큐셀(Qcells)에서 근무하다 1년 반 전 미국으로 건너간 김예빈씨. 유족 측은 샌프란시스코시와 트럭 운전자를 상대로 부당사망(wrongful death)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근길의 참변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는 8월 7일 오전 8시18분께 마켓 스트리트와 파월 스트리트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로 위에 쓰러진 김씨와 그 옆에 나뒹구는 헬멧, 스탠드형 전동 스쿠터를 발견했다. 경찰관들이 의료진 도착 전까지 응급처치를 했지만 김씨는 결국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당국은 이를 “고속 충돌(high velocity crash)”로 표현했으며,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사인이 외상성 뇌손상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를 친 차량은 캔 칵테일 브랜드 ‘서프사이드(Surfside)’ 로고가 부착된 상업용 트럭으로, 경찰 내부 알림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샌프란시스코 검시관실은 사고 닷새가 지난 8월 12일에야 피해자의 신원을 공식 확인해 발표했다.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현지 매체 ABC7과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 보도에 따르면, 김씨의 스쿠터 바퀴가 마켓 스트리트에 깔린 노면전차(Muni) 선로 홈에 끼면서 먼저 넘어졌고, 그 직후 트럭에 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 노면전차 레일은 자전거·스쿠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낙상 사고의 단골 원인으로 꼽혀온 곳이다.

다만 유가족 측 변호사 리치 쇤버거는 경찰이 반복된 요청에도 관련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현재 사고 지점 인근 보안카메라 영상과 경찰 보고서 확보에 나선 상태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트럭 운전자가 조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아직 체포자는 없다고 전했다.

“톤 단위 차량과 스쿠터를 한 차선에” 도로 설계 문제 제기

유가족 측은 시와 트럭 운전자를 상대로 한 부당사망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쇤버거 변호사는 마켓 스트리트의 도로 구조 자체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구간에서는 자전거와 스쿠터가 택시, 상업용 차량, 버스와 함께 폭 11피트(약 3.3m)의 차선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수 톤에 달하는 차량과 스쿠터·자전거가 매일 같은 좁은 차선에서 뒤섞이도록 하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런 도로 환경에는 배경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교통국(SFMTA)은 2020년 코로나19에 따른 예산 위기를 이유로 마켓 스트리트에 보호 자전거도로를 설치하려던 계획을 축소한 바 있다. SFMTA는 이번 사고에 대한 논평을 거부하고 관련 문의를 시 법무국으로 넘겼다. 시 법무국 공보관 젠 크와트는 시를 상대로 한 청구가 접수되면 검토하겠다면서도, “시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적 당사자 간 사고에 대해 시가 책임질 수는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공영 라디오 KQED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민단체들이 노면전차 교차 구간의 안전 개선과 마켓 스트리트 진입 차량 통제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에 따르면 올해 7월16일 기준 시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이미 16명에 달했으며, 응급실 의사들은 전동 스쿠터·전동자전거 관련 부상이 이용자 증가와 함께 뚜렷이 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책임감으로 서울대까지…”직장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 되고 싶다”

김씨의 어머니 조용아씨는 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조씨는 경남 사천의 작은 농·어촌 마을에서 나고 자란 딸을 회고하며, 형편이 넉넉지 않은 부모를 대신해 두 동생을 돌보던 책임감이 결국 딸을 국내 최고 대학인 서울대학교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김씨는 2년간 영국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영어를 익혔고, 졸업 후에는 한화큐셀 인사팀에 입사해 “직장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키웠다. 일에만 재능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고, 최근에는 테니스에 푹 빠져 지냈다. 가족은 고인을 테니스복 차림으로 떠나보냈다. 아파트에서 수거한 미키마우스 잠옷에서는 딸의 체취가 남아 있었고, 스누피 인형과 가수 박효신의 굿즈는 어머니와 함께 다투며 좋아하던 추억의 물건이었다.

김씨는 1년 반 전 더 넓은 세상을 찾아 미국행을 택했다. 어머니는 딸이 떠날 때 슬프기보다는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고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영국, 그리고 캘리포니아까지 —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고향을 떠나 살아온 것이 “예빈이다운”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김씨의 아파트 냉장고에는 달력이 붙어 있었다. 9월 5일 자리에는 빨간 별표가 그려져 있었다. 가족을 만나러 한국에 돌아오기로 한 날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왜 예빈이가 거기서 죽어야 했나”

조씨는 딸의 사고 현장을 매일같이 찾았다고 한다. 차량과 자전거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 무단횡단이 벌어져도 단속하지 않는 경찰을 지켜보며 한국과의 차이를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전거와 자동차가 완전히 분리된 한국의 도로 환경에 익숙했던 터라, 두 교통수단이 뒤섞여 다니는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유골은 현재 자택에서 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납골당에 안치돼 있다. 딸을 멀리 두고 싶지 않았다는 어머니의 뜻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조씨는 요즘도 산책을 하며 딸이 생전 즐겨 듣던 노래를 튼다고 한다. 그래야 딸이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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