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Voice Today=김선엽 기자]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취업비자 소지 외국인 근로자에게 해고 후 최대 60일간 합법 체류를 허용해온 이른바 ’60일 유예기간(60-day grace period)’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행될 경우 H-1B, L-1 등 전문직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 수십만 명이 해고와 동시에 신분을 잃고 사실상 즉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민 전문 매체와 로펌들에 따르면 DHS는 지난 8월 6일 ‘재량적 60일 유예기간 폐지’라는 이름의 규정안을 백악관 정보규제국(OIRA)에 심사용으로 제출했다. 규정안 원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백악관 심사가 끝나야 연방관보에 정식 게재된다.
현행 60일 유예기간 제도는 2016년 규정으로 도입돼 2017년 초 발효됐다. 이 제도는 E-1(무역인), E-2(투자자), E-3, H-1B(전문직 취업비자), H-1B1, L-1(주재원), O-1(특기자), TN 비자 소지자와 그 부양가족에게, 고용이 종료된 뒤에도 최대 60일 또는 I-94 체류기간 만료일 중 더 빠른 날까지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해왔다. 근로자들은 이 기간 동안 새 고용주를 구해 비자를 이전하거나, 체류신분을 변경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규정안이 최종 시행되면 이 같은 자동 유예가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즉시 근로자와 그 가족(H-4 등 부양가족 비자 포함)이 합법 체류 신분을 상실하게 되며, USCIS가 예외적으로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는 한 미국 내에서 고용주를 바꾸거나 신분을 변경할 시간적 여유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이민 전문 변호사는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해고와 동시에 즉각적인 신분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밝혔다.
앞으로 밟게 될 절차와 예상 기간
이 규정안이 실제로 확정·시행되려면 미국 연방정부의 표준 규정 제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각 단계와 예상 소요 기간은 다음과 같다.
- OMB/OIRA 심사 (현재 단계) — 규정안 내용은 아직 대외 비공개 상태로, 백악관 관리예산실 산하 정보규제국이 경제적 영향 등을 검토 중이다.
- 연방관보 게재 — 심사를 통과하면 규정안 전문이 처음으로 공식 공개되며, 이때 비로소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예외 조항, 시행 시기 등이 드러난다.
- 공개 의견수렴(Notice and Comment) — 게재 후 30~60일간 일반 국민, 기업, 이민 단체, 법률 전문가 등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반대 여론이 강할 경우 이 단계에서 수정되거나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
- 최종 규정 확정(Final Rule) — 수렴된 의견을 반영해 DHS가 최종안을 확정, 다시 연방관보에 게재한다. 통상 게재 후 30일가량의 유예를 두고 발효된다.
- 시행 및 소송 가능성 — 규정이 발효되더라도 이민 단체나 기업, 개인이 연방법원에 시행 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로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H-1B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조치도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초기 심사 단계부터 실제 시행까지 최소 6개월, 통상 1년 가까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소송이 제기될 경우 시행이 더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규정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H-1B 등 고숙련 취업비자 제도에 대한 개편을 잇달아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나왔다. 행정부는 취업비자 제도가 고용주들에 의해 오남용돼왔다는 입장을 밝히며 관련 규제를 강화해왔다. 실제로 지난 8월 4일에는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H-1B 신청 건당 10만 달러 수수료 부과 조치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민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근로자들이 성급하게 대응하기보다는, 본인의 비자 만료일과 I-94 체류기간을 정확히 점검하고 고용계약 및 영주권 진행 상황을 확인하며 만일의 구조조정·해고 가능성에 대비해 신분 변경이나 새로운 스폰서 확보 방안을 미리 검토해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아직 최종 확정된 규정이 아닌 만큼,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따라 서둘러 행동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